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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시드 짜다" 감정싸움 속 라이더컵 미국 11-5로 앞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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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터로 길이를 재고 있는 쉐인 라운리. [딜란 디티어 트위터, 미국 골프채널 캡쳐]

퍼터로 길이를 재고 있는 쉐인 라운리. [딜란 디티어 트위터, 미국 골프채널 캡쳐]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섀보이간의 휘슬링 스트레이츠 골프장에서 벌어진 라이더컵(미국과 유럽의 대륙 간 골프 경기) 포섬 1번 홀에서 파퍼트를 넣은 후 보란 듯 퍼터를 땅에 내려놓고 길이를 쟀다. 상대인 유럽의 토미 플릿우드와 빅토르 호블랜드가 디섐보에게 1m 정도의 퍼트에 컨시드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일반적인 아마추어의 라운드에서 그립을 제외한 퍼트 길이 안에 들어오면 컨시드를 주는 경우가 흔하다. 공식 대회 스트로크 경기에서는 컨시드가 없지만 라이더컵은 매치플레이라 컨시드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주고 안 주고는 전적으로 상대의 권한이다. 디섐보는 퍼터를 그린에 내려놓음으로써 상대의 컨시드가 너무 박하다고 조롱한 것이다.

컨시드에 화난 선수는 디섐보 뿐 아니다.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조던 스피스와 함께 치른 포섬 경기 8번 홀에서 유럽의 빅토르 호블랜드와 베른트 비스베르거가1m가 안 되는 퍼트의 컨시드를 주지 않자 퍼트로 거리를 재는 시늉을 했다.

디섐보처럼 퍼터를 땅에 내려놓지는 않았지만 공중에 수평으로 들어 길이를 쟀다. 뒤지고 있던 토마스-스피스는 이 사건 이후 불꽃 같은 샷을 날리면서 역전승했다. 미국 해설자들은 “짧은 퍼트 컨시드를 받지 못해 받은 분노로 괴력이 생겨 이긴 것 같다”고 했다.

퍼터를 그린에 내려 놓고 퍼트 길이를 재고 있는 브라이슨 디섐보. [재럿 갈브래스 트위터, 미국 골프채널 캡쳐]

퍼터를 그린에 내려 놓고 퍼트 길이를 재고 있는 브라이슨 디섐보. [재럿 갈브래스 트위터, 미국 골프채널 캡쳐]

그러나 따져보면 토머스가 화를 낼 일만은 아니다. 토머스는 전날 존 람(스페인)에게 80cm 정도의 컨시드를 주지 않았다고 미국 골프닷컴이 보도했다.

라이더컵에선 유럽도 신사만은 아니다. 쉐인 라우리(아일랜드)는 70cm 정도의 퍼트 컨시드를 받지 못했고 역시 토머스처럼 거리를 재는 시늉을 했다.

의견은 다양하다. 타이거 우즈 등을 가르친 부치 하먼은 스카이 스포츠에서 디섐보의 행동에 대해 “옳지 않다. 필요 없는 일을 했다. 품위가 없다”고 지적했다.

트위터에는 “디섐보가 다른 선수들보다 긴 퍼터를 쓰는데 그걸로 재는 건 불공평하다”는 등의 비판이 많다.

라이더컵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저스틴 레너드는 “이런 쩨쩨한 일이 생기지 않으면 라이더컵이 아니다”라고 했다. 1999년 대역전승을 거둘 때, 우승이 확정되자 상대 퍼트가 남았는데도 미국 선수들은 그린에 뛰어 올라가 춤을 추는 등 추태를 부렸다. 그런 일들로 인해 앙숙이 됐고, 라이더컵은 한일전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이겨야 하는 대회가 됐다.

한편 둘째 날 경기에서도 앞선 미국은 11-5로 리드를 늘렸다. 1975년 이후 최다 점수 차로 싱글 매치를 치르게 됐다. 미국은 싱글 매치 12경기에서 3.5점만 추가하면 우승한다.

미국 선수들은 세계 랭킹이 높아 전통적으로 싱글 매치에 강했고, 1980년 이후 라이더컵 싱글 매치에서 3.5점 이하를 낸 팀은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의 승리다.

유럽은 존 람이 고군분투했으나 주포 로리 매킬로이가 힘을 쓰지 못했고, 라이더컵의 사나이 이언 폴터는 무력했으며, 2018년 대회에서 무패행진을 거둔 몰리우드(프란체스코 몰리나리-토미플릿우드) 커플도 없다. 기대할 수 있는 건 기적뿐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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