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경찰의 사무실 강제진입으로 피해를 봤다며 제기된 소송에서 대법원이 민주노총의 손을 들어줬다. 1·2심에서 패소를 거듭하던 민주노총이 대법원 판결에서 반전을 맞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민주노총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고 26일 밝혔다.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없는데도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건 위법하다”는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적용해야한다면서다.
경찰 민주노총 사무실 강제진입…무슨 일?
사건은 철도노조가 민영화를 반대하며 파업에 나선 2013년 12월 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경찰은 미리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고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에 진입했다. 경찰은 현관문 유리문을 깨고 안으로 들어가 조합원 100여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경찰은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수색영장도 신청했지만 법원은 “수색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그러자 민주노총은 “경찰이 직권을 남용해 별도 수색영장이 없었는데도 사무실에 강제진입해 조합원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고 불법 체포·감금했다”며 2014년 3월 소송을 냈다.
1ㆍ2심 패소…헌재 결정 ‘반전 기회’
1심은 경찰의 건물 진입은 적법했다며 민주노총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타인의 주거 등에서 하는 피의자 수사는 영장주의 원칙의 예외로서 필요성이 있을 경우 허용된다”며 “철도노조 간부들이 경향신문사 건물에 은신할 개연성이 높은 상태에서 건물 진입 필요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2심도 ‘수색 필요성’을 인정해 민주노총의 항소를 기각했다.
반전의 계기는 항소심 선고가 난 후 찾아왔다. 2018년 4월 헌법재판소가 타인의 건물 안에 숨은 피의자를 체포할 때 별도의 압수수색영장 없이 체포영장만으로 건물을 수색할 수 있게 한 형사소송법 조항(216조 제1항 제1호)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다. 헌재는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을 구별하지 않고 주거를 수색하는 건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2019년 12월 개정된 법 조항에는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 피의자 수색은 미리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 사정이 있는 때로 한정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대법원 “개정법 조항 소급적용해야”
대법원은 이 사건에 헌재 결정을 소급해 개정된 형사소송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민주노총은 경찰의 직무집행 근거가 된 구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은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에 구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이라며 “(2021년 5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조항이 적용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원심은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조항이 아닌 구법 조항을 적용해 경찰의 직무집행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단정했다”며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책임 요건 등에 관해 더 나아가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원고 청구를 배척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지난 9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