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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력장애 생길 수준" 차세대 KTX '이음-320' 굴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대로템이 제작한 동력분산식 열차 KTX 이음. EMU-320은 이보다 한 단계 앞선 고속열차다. [연합뉴스]

현대로템이 제작한 동력분산식 열차 KTX 이음. EMU-320은 이보다 한 단계 앞선 고속열차다. [연합뉴스]

 KTX와 KTX-산천을 대체할 차세대 고속열차(EMU-320)가 심각한 소음 우려 탓에 이를 줄이기 위한 재설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당초 올해 3월로 예정됐던 납품날짜도 3년 가까이 미뤄졌다.

납품 3년 늦추고 재설계 작업중

 26일 코레일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EMU-320 납기지연 사유서'에 따르면 소음을 이유로 납품이 연기된 EMU-320은 두 편성(16량)이다. 2016년 EMU-320으론 첫 발주 됐으며 현대로템이 제작 중이다.

 8량 한 편성으로 구성되는 EMU-320은 지난해 말 중앙선에 투입된 KTX 이음(EMU-260)보다 한 단계 앞선 열차로 최고시속이 320㎞에 달한다. 역시 로템이 만든 KTX 이음은 6량 한 편성으로 최고 속도는 시속 260㎞다.

 기존 KTX처럼 맨 앞의 동력차가 끌고 가는 방식(동력집중식)이 아니라 객차들 밑에 분산 설치한 동력을 이용해 달리기 때문에(동력분산식) 가·감속 능력이 뛰어나다. 해외의 주요 고속열차도 대부분 이 방식이다.

동력집중식과 동력분산식 비교. [자료 현대로템]

동력집중식과 동력분산식 비교. [자료 현대로템]

 우리 정부도 앞으로 도입하는 고속열차는 모두 동력분산식을 채택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신규 노선에 투입할 열차는 물론 기존 KTX와 KTX-산천도 교체 시기가 되면 EMU-320으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소음이 문제가 됐다. 코레일이 현재 운행 중인 KTX-이음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EMU-320이 최고 속도로 달렸을 경우에 대입해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운전실과 객실의 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실은 기준치가 78㏈(데시벨) 이하, 객실은 70㏈ 이하이지만 예상소음은 각각 80㏈과 74㏈로 나온 것이다. 80㏈은 철로 변이나 지하철 주변에서 느끼는 소음 수준으로 청력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소음은 진동과 더불어 승차감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코레일의 이종호 차량제작관리센터장은 "EMU-320은 현재 제작 중이기 때문에 실제 차량을 이용해 소음을 측정할 수는 없지만, KTX 이음과 설계·자재 등이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에 그 주행데이터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KTX-이음의 객실 내부. 시험 운행 기간에 소음문제가 발견돼 긴급 보강작업을 했다. [연합뉴스]

KTX-이음의 객실 내부. 시험 운행 기간에 소음문제가 발견돼 긴급 보강작업을 했다. [연합뉴스]

 앞서 KTX 이음도 중앙선에서 시험운행을 하면서 운전실과 객실의 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게 확인돼 서둘러 보강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로템은 ▶차량 옥상의 팬터그래프(전력공급장치) 형상 개선 ▶객실 천장 흡음재 보강 ▶객실 바닥 차음판 추가 ▶운전실 천장 차음판 추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재설계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납기도 2023년 12월 말로 연기했다.

 이 센터장은 "당초 EMU-320은 초과 수요가 발생하는 경부, 호남선 등의 피크 시간대에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 탓에 열차 승객이 감소해 납기 지연에 따른 운행 차질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자료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자료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철도업계에서는 실제 차량을 이용한 시험이 아닌 시뮬레이션 결과만을 근거로 차량 제작업체가 납품을 미루고 재설계에 들어간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로템 관계자는 "KTX 이음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EMU-320의 소음 관련 부분에 대한 보강작업을 미리 하는 것"이라며 "재설계와 시험운행 기간까지 고려해서 납기를 미뤘다"고 밝혔다. 로템은 납품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90억원도 물어야 한다.

 송석준 의원은 "재설계에 들어간 EMU-320은 앞으로 우리 국민 상당수가 이용하게 될 차세대 고속열차"라며 "소음과 안전성 등에서 결함이 없도록 꼼꼼히 보완·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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