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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 뒤 겨울 두 달도 안 돼···기후변화로 앵무새 부리도 커졌다

중앙일보

입력

“4월에 꽃이 피고, 9월에는 나뭇잎이 떨어졌으며, 12월엔 스키 여행을 떠나던 삶은 이제 달라졌다.”(워싱턴포스트)

“인류의 여름은 단순히 며칠 늘어난 것이 아니다. 이미 몇 주가 늘어났다.”(워싱턴주립대 마이클 브래디 경제학 교수)  

기후 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며 지난 70년간 북반구에서 고르게 나타나던 계절의 구분이 흐릿해지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지난해 3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이례적으로 따뜻한 기온 탓에 일찍 겨울잠에서 깬 동물원의 곰들이 불면증을 겪기도 했다. 모스크바 동물원 제공

지난해 3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이례적으로 따뜻한 기온 탓에 일찍 겨울잠에서 깬 동물원의 곰들이 불면증을 겪기도 했다. 모스크바 동물원 제공

이에 따르면 1952년 봄·여름·가을·겨울에 각각 해당했던 계절 기온을 기준으로 이로부터 2011년까지 온도 분포를 기록한 데이터에서 북반구 중위도의 여름 길이는 78일에서 95일로 17일가량 늘어났다. 여름의 길이가 매년 약 0.3일 늘어난 셈이다.

반면 겨울의 길이는 76일에서 73일로 3일 줄어들었다. 봄은 124일에서 115일로 9일이, 가을이 87일에서 82일로 5일 짧아져 더 큰 변화를 보였다. 계절의 변동이 가장 크게 나타난 지역은 지중해와 티베트 고원 지대였다.

현 추세라면 오는 2100년에는 1년의 절반이 여름이 되고, 겨울은 두 달을 넘지 않을 예정이다.  

기온 상승에 따른 지구 기후 시스템의 반응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IPCC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기온 상승에 따른 지구 기후 시스템의 반응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IPCC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연구를 진행한 기후학자 위핑 관 박사는 WP와 인터뷰에서 “매년 조금씩 올라가는 온도를 직접 느끼기는 힘들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현상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계절 변화는 대부분 온실가스 배출 등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WP는 “이런 추세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에 이어 9월에도 기록적인 더위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7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데스밸리 지역이 비공식 56.7도, 공식 54.4도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달 13일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가장 큰 산불인 ‘딕시’의 발화로 이어졌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루머 카운티에서 한 소방관이 대형 산불 딕시를 끄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루머 카운티에서 한 소방관이 대형 산불 딕시를 끄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6월 말에는 북미 서북부 지역에서 열돔 현상으로 인한 폭염이 나타나며 캐나다 태평양 연안의 브리티시컬럼비아 한 주에만 719명이 돌연사로 숨지기도 했다. 당시 리사 러포인트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수석 검시관은 “이는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망자 수의 3배에 달하는 수치”라며 “극한 날씨가 사망자 증가에 중요한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열돔은 고기압이 반구 형태의 지붕을 만들며 뜨거운 공기를 가둬 폭염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더 강한 열돔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9월 둘째 주에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중부 콜로라도 덴버의 기온이 10일 섭씨 37.2도까지 올랐다.

문제는 길어진 여름의 영향이 단순히 더 뜨거운 기온을 견디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꽃의 개화와 모기 활동 시기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은 다양하다.

호주 동부의 열대·아열대 지대에 서식하는 큰장수앵무새. 새의 부리는 체내 열을 배출하는 기능을 담당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서식지가 더워지면서 부리 크기가 변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호주 동부의 열대·아열대 지대에 서식하는 큰장수앵무새. 새의 부리는 체내 열을 배출하는 기능을 담당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서식지가 더워지면서 부리 크기가 변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이에 대해 안나 미샬락 미국 카네기 연구소 기후학자는 “(예를 들어) 길어진 여름은 호수에 더 많은 녹조를 만들며, 이는 다시 물고기와 야생동물들 심지어 인간의 관광산업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기후변화는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서 불확실성을 만든다”고 경고했다.

최근 호주 디킨대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동물의 생김새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디킨대 조류학자 사라 라이딩 박사는 “지난 1871년 이후 앵무새의 부리 크기가 10% 커지는 등 기후변화로 동물들의 발열 기관 크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변화의 폭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생태계의 변화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시간보다 훨씬 단기간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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