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자 역대최고?···박사 따도 직장 못 구하는데 왜 따나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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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고등교육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대학원 박사 학위 졸업자는 1만6420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20여년 전인 2000년 6141명과 비교하면 2.7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학생 수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으로 전체 고등교육기관(대학·전문대·대학원 등) 졸업자는 줄고 있는데, 박사만큼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예전과 달리 박사가 흔해진 시대가 된 것입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박사 학위자는 공학계열(28%), 사회계열(18.7%), 자연계열(17%) 순으로 많았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예전에 비해 공학계열 비중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그만큼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라 고학력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사 따도 29%는 '미취업'

연도별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도별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렇다면 박사 학위의 가치는 어떨까요. 박사가 되면 곧바로 극심한 청년 취업난을 뚫을 수 있을까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박사 학위 취득 후 '첫 일자리'를 조사한 결과(2020년)를 보면 취업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경우는 54.9%였습니다. 박사 후 과정을 선택한 경우가 11%, 시간강사가 5.5%로 나타났고, 미취업은 28.6%였습니다. 박사 학위를 따도 절반 가까이는 곧바로 직장에 자리잡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전공별로 미취업자 비율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예술·인문학은 취업이 38.8%인 반면 미취업은 41.7%이나 됐습니다. 자연과학·수학도 취업은 32.4%에 그쳐 미취업(38.5%)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이들 전공은 시간강사나 박사후과정을 선택하는 비율이 다른 전공보다 높았죠.

직장-박사학위 병행이 대세

이처럼 박사 학위를 따는 것만으로는 곧바로 직장에 안착하기도 쉽지 않은데 왜 박사는 계속 늘어나는 걸까요.

한 졸업생이 학위수여식이 끝난 뒤 취업정보판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한 졸업생이 학위수여식이 끝난 뒤 취업정보판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학위 과정과 직장을 병행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중 직장 병행자는 56%에 달했습니다. 불과 5년 전 47.8%였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사회계열은 74.9%가 직장 병행자고, 인문계열도 65.7%가 직장을 병행했습니다. 예전처럼 대학 졸업 후 학업에만 전념하면서 박사를 따는 사람이 드물다는 얘깁니다.

그러다보니 신규 박사의 연령대도 다양해졌습니다. 예전엔 30대부터 40대 중반까지 박사를 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30대 초반, 50대 이상의 박사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박사 늘어나는데 고학력 일자리 없어

지난 5월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등이 지방대 붕괴 위기에 대한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5월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등이 지방대 붕괴 위기에 대한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박사 대부분은 교수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박사 학위를 딴 구직자가 선호하는 직장은 대학이 53.9%로 압도적이었고 공공연구소(19.2%), 민간기업(6.2%) 순이었습니다.(2020 박사조사 결과)

하지만 많은 대학이 학생 모집도 제대로 하지 못해 존립조차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 대학교수 일자리가 늘어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넘쳐나는 고학력자들은 국내에서 더 질 낮은 일자리를 찾거나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고학력자 해외 유출도 불가피합니다.

직업능력개발원 보고서는 "우리나라 박사 인력 노동시장은 공급 측면에서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수요 측면에서는 고학력에 부합하는 직종의 비중이 낮은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부가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것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고급 인력을 활용할 일자리 개발 정책에도 힘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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