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우유부단" "대장동 보면 나라 망할듯"···둘로 갈라진 호남[르포]

중앙일보

입력 2021.09.25 15:01

업데이트 2021.09.25 17:58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 연합뉴스

25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분수령 호남 경선 현장의 열기는 타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오후 3시30분부터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는 정오를 지나면서 인파가 급격히 몰려들어 행사 한 시간 전엔 수천 명 수준으로 불어났다. 행사장 입구 좌우로 갈라선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자들과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은 끊임없이 “이재명”과 “이낙연”을 열호했다.

오후 2시15분쯤 이 지사가 탄 차량이 등장하자 그의 지지자들은 “이재명, 이재명”을 연호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북을 치며 “화천대유” “화천대유”를 외쳤다. 10분 뒤 이 전 대표가 탄 차량이 행사장에 도착할 때도 응원과 비난에 동시에 터져 나왔다. “조선일보 아웃”이라고 쓰인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나온 이 지사 지지자들도 많았다.

민주당 대선 경선 광주·호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25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이 연호하고 있다. 남수현 기자

민주당 대선 경선 광주·호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25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이 연호하고 있다. 남수현 기자

오후 6시면 호남 권리당원(대의원 포함) 20만4014명의 중 광주·전남 지역 13만7823명의 투표 결과가 밝혀진다. 지금까지 네 차례의 지역 순회 경선과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까지 치른 누적 득표에서 이 지사는 53.7%로 1위를, 이 전 대표는 32.46%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행사장 밖에서 만난 광주시민들의 민심도 ‘명·낙대전’의 영향으로 선명하게 엇갈려 있었다. 과반 득표의 기세를 탄 이재명 경기지사를 연호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대장동 의혹에 이 전 대표로 기운 이들도 여럿 있었다.

25일 민주당 광주·전남 순회경선이 열린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자들이 '조선일보 아웃' 등이 적힌 피켓을 흔들고 있다. 남수현 기자

25일 민주당 광주·전남 순회경선이 열린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자들이 '조선일보 아웃' 등이 적힌 피켓을 흔들고 있다. 남수현 기자

이 지사 지지자들은 그의 선명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송정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오성열(61)씨는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면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이라고 본다. 우리 같은 서민들을 위한 정책도 많이 한다”며 “반면에 이낙연은 우유부단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장동 건 관련해서는 솔직히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누가 있나. 이낙연이 자꾸 얘길하니까 국민의힘도 그걸로 지금 난리지 않나”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상인 이모(61)씨는 “이재명의 기본소득 등 보편복지 정책은 솔직히 공감하지 않지만, 이낙연에다 표를 주긴 어려웠다”며 “과감히 밀어붙일 때가 있어야 하는데 이낙연은 그렇지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얘기할 때부터 민심이 많이 안 좋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민주당 권리당원이라고 밝힌 40대 강모 씨는 “일찌감치 이재명을 찍었다”며 “개혁성향도 분명하고, 배우자 김혜경 여사도 광주에 왔을 때 한번 봤는데 참 살갑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같이 분명한 사람이 대장동을 개발하면서 사익을 챙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도 전했다.

25일 민주당 광주·전남 경선이 열린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남수현 기자

25일 민주당 광주·전남 경선이 열린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남수현 기자

반면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그의 안정성을 선호했다. 전남 함평에서 농장을 운영한다는 고재춘(82)씨는 “이 전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꺼낼 때 ‘이 사람 안 되겠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면서도 “최근에 대장동 의혹 등에 ‘이재명에게 뭐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정적이고 신중한 이낙연이 대통령감”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상인도 “대장동 의혹 발생 이후 이낙연 지지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송정시장에서 만난 한 남성은 “대장동 관련해선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니 국민의힘에서도 문제 제기를 세게 하지 않겠나”라며 “‘이재명은 불안하다, 이낙연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며칠 사이에 주변에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 50대 여성은 “대장동 의혹을 보면,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정말 나라가 망할 것 같다. 밤에 잠도 안 올 정도”라고 말했다. 권리당원이라 밝힌 30대 이모 씨는 “이 전 대표의 지역 조직이 있어서 꽤 탄탄할 것”이라고 전했다.

격화된 ‘명·낙대전’의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권리당원 이모(55)씨는 “경선이 끝나면 ‘원팀’으로 가야 하는데 후보 당사자들은 그렇게 할 수 있어도 지지자들 사이에선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어서 그렇게 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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