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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흉물' 폐광산을 축제 현장으로 탈바꿈한 中 도시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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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7~18일, 랴오닝(遼寧)성 북동부에 자리한 작은 도시 푸신(阜新)에 3만여 명의 2030세대가 몰려들었다. 수년간 인구가 감소하던 도시에 이토록 많은 젊은이가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2021 푸신시 딸기 뮤직 페스티벌' 현장. [사진 신화통신]

'2021 푸신시 딸기 뮤직 페스티벌' 현장. [사진 신화통신]

딸기 뮤직 페스티벌이 열린 17일 저녁, 푸신 폐광산 지역은 사람들로 붐볐다. 페스티벌이 진행된 이틀 동안 이곳은 약 2300명의 지역 관계자가 교차로에 서서 관광객을 맞이했다. 약 500개의 현수막과 300개 이상의 안내 표지판이 거리 곳곳에 설치됐으며 관계자의 안내로 페스티벌 현장까지 손쉽게 갈 수 있다.

뮤직 페스티벌 관련 통계에 따르면 올해 페스티벌 관람객 중 85%가 26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마련된 30만 장의 티켓은 모두 매진됐다. 특히 이번에 페스티벌이 개최된 장소가 ‘폐광산’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푸신시 도심 지역에서 페스티벌이 열린 폐광산 지역까지 잔디로 덮인 철로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는데, 이 철로는 한창 석탄 산업으로 흥하던 시기에 광산 노동자를 수송하는 데 쓰였다. 1988년 푸신 탄광의 석탄 매장량은 무려 20억 t에 달했다.

그러나 석탄 자원이 점차 고갈되면서 결국 2002년, 이곳에 있는 주요 탄광 3곳이 문을 닫았다. 푸신시 천연자원국 관계자에 따르면 2016년 이후에는 관련 정책에 따라 65개 탄광을 모두 폐쇄했다.

지난 9월 7일, 푸신 교외의 버려진 탄광 주변에 석탄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 新京報] / '2021 푸신시 딸기 뮤직 페스티벌'이 개최된 폐광산과 그 위에 지어진 미완성 건물. 폐광산이었던 지형에는 검은색의 석탄층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사진 新京報]

지난 9월 7일, 푸신 교외의 버려진 탄광 주변에 석탄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 新京報] / '2021 푸신시 딸기 뮤직 페스티벌'이 개최된 폐광산과 그 위에 지어진 미완성 건물. 폐광산이었던 지형에는 검은색의 석탄층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사진 新京報]

1억 4000만 t의 석탄을 채굴하던 탄광의 말로는 씁쓸했다. 새까만 석탄층만 남긴 광산에 쉽사리 투자하는 기업은 없었다. 폐광산은 수년간 누구의 환영도 받지 못한 채, 텅 빈 공터로 남았다.

탄광이 폐쇄되며 석탄 산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도 큰 타격을 받았다. 2000년 푸신시 정부 통계에 따르면 탄광 폐쇄로 인한 실업자는 15만 6000명, 그중 12만 9000명은 푸신시 거주 근로자로 시 전체 근로자 중 37.7%에 해당한다.

광산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머물던 거주 지역. [사진 新京報]

광산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머물던 거주 지역. [사진 新京報]

푸신시 주요 산업이 몰락하자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2018년 푸신시 인구는 전년보다 1만 1655명 감소했으며 전체 인구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결국 2005년, 아시아에서 가장 큰 노천 기계화 광산으로 불리던 푸신시의 하이저우(海州) 광산이 파산을 발표했다.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시 정부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였다. 푸신시 정부는 신에너지, 친환경 식품, 정밀 화학 등 대체 산업을 육성할 것을 제안했다.

하이저우 탄광이 폐쇄된 후 남아 있던 석탄이 연소하며 흰 연기를 내뿜고 있다. [사진 新京報]

하이저우 탄광이 폐쇄된 후 남아 있던 석탄이 연소하며 흰 연기를 내뿜고 있다. [사진 新京報]

피폐한 모습이었던 탄광은 변신에 성공했다. 2018년, 폐광산을 자동차 경주장으로 활용해 자동차 크로스컨트리 대회를 펼쳤다. 당시 이 레이스는 사람들에게 푸신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산하던 도시는 레이스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하루 7000~800명 관람객이 레이스를 구경하기 위해 푸신시를 방문했다. 이 밖에도 푸신시는 총 30㎢ 규모의 폐광산 지역에 12가지 유형의 경주 트랙을 설치할 계획이다.

2019년 푸신시에서 펼쳐진 자동차 레이스 모습. [(위 사진 4장 모두) 출처 신화통신]

2019년 푸신시에서 펼쳐진 자동차 레이스 모습. [(위 사진 4장 모두) 출처 신화통신]

자동차 레이스와 같은 문화 관광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 가능성을 엿본 시 정부는 이와 관련해 인력 모집에 나섰다. 그러나 곧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레이스 하나만 바라본 채 직장을 옮길 정도로 푸신시는 다른 도시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지역이 아니었다.

더 많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시 정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2019년 말, 한 푸신시 정부 관계자가 뮤직 페스티벌 개최를 제안했다. 푯값으로 관광 경제도 살리고 젊은 인재도 유치한다는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이익을 모두 고려한 제안이었다.

중국에서 유명한 뮤직 페스티벌 중 하나인 '딸기 뮤직 페스티벌'이 푸신시의 목표였다. 초반에만 해도 페스티벌 주최 측은 낙후된 지역에서의 축제 개최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티켓 예매가 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페스티벌 관계자들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공연 라인업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매를 시작했던 얼리버드 티켓은 단 1분 만에 매진됐다.

일반 티켓까지 모두 오픈된 후 첫날 매출은 베이징 이외 지역에서 개최된 '딸기 뮤직 페스티벌' 역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페스티벌 티켓 구매자 중 97%는 90허우(90後·1990년대 출생자)와 00허우(00後·2000년대 출생자)로 집계됐다. 수익 창출과 젊은 세대 유치까지 모두 성공한 것이다.

'2021 푸신시 딸기 뮤직 페스티벌' 현장 열기가 뜨겁다. [사진 소후닷컴]

'2021 푸신시 딸기 뮤직 페스티벌' 현장 열기가 뜨겁다. [사진 소후닷컴]

푸신시 관련 부처의 통계에 따르면 뮤직 페스티벌 티켓 수익은 1100만 위안(20억 893만 원)에 달했다. 이를 통해 연인원 기준 3만 2000명의 관객을 유치했으며 숙박, 요식업, 쇼핑 등 관광 산업을 통해 총 4500만 위안(82억 1835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푸신시에 위치한 각종 숙박 업체는 2만 명(연인원)에 가까운 관광객을 끌어모았으며, 그중 중고급 호텔 투숙률은 90%에 달했다.

푸신시 폐광산 지역은 60세 이상 인구가 지역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해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관광 사업을 통한 경제 활성화로 '노인 도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젊은 세대에게도 매력적인 도시로 키운다는 게 푸신시의 궁극적인 목표다.

푸신시 정부 관계자는 딸기 뮤직 페스티벌이나 자동차 레이스와 같은 문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폐광산을 지역 실정에 맞는 관광스폿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죽어가던 둥베이(東北) 지역의 작은 도시가 버려진 광산을 이용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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