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글로벌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약 640만대가 팔려 7.5% 정도를 차지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10월이면 등록 기준 20만대를 돌파한다. 특히 2~3년 이내에 2000만 원대 전기차가 쏟아져 보급 속도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장정훈 팀장의 픽- 보급형 전기차 출시 경쟁
중국산이 전기차 보급 확대 1등 공신
전기차 보급 속도 가속화에는 저가의 중국산이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는 이미 유럽 시장에 진출해 시장 판도를 바꿔놓고 있고, 다른 완성차 업체에 저가형 모델 출시 경쟁을 자극하고 있다. 우선 중국 장성기차는 올해 연말부터 유럽에서 ‘오라 캣’이라는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인데 가격은 대략 3만 유로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인 MG 역시 약 2만5000파운드(약 4000만원)짜리 전기차 'ZS'로 영국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중국에서는 우링이 만든 500만 원대의 전기차 홍광미니ev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링은 중국에서 경트럭, 픽업트럭, 다목적차량 등 주로 가성비 좋은 업무용 차를 만드는 회사다. 우리로 치면 다마스나 라보처럼 기능성 좋고 가격은 저렴한 차를 주로 내놓는다.
우링의 홍광미니ev는 올해 7월까지 28만대가 팔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모델 3(28만대)에 이어 베스트셀링카 2위에 차지했을 정도다.
유럽 업체도 2000만 원대 전기차 공개
중국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뮌헨모터쇼 ‘2021 IAA 모빌리티’에서 보급형 전기차 모델을 대거 선보였다. 먼저 폴크스바겐은 소형 전기 SUV ‘ID.라이프’를 공개하고 2025년부터 약 2만~2만5000유로(약 2700만~3400만원)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르노 역시 소형 전기차 ‘르노 5’의 시제품을 공개하고, 2024년에 2만 유로 정도에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전기차 시장의 1위인 테슬라도 예외가 아니다. 테슬라는 2023년 출시를 목표로 해치백 모델을 준비 중이다. 이 해치백 모델은 배터리의 개별 셀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기존 배터리보다 부품 수를 370여개 줄였다. 그 덕분에 가격은 더 저렴하고 안전성은 높아졌다는 게 테슬라의 설명이다. 테슬라는 이 해치백 모델의 가격을 모델3(스탠더드 레인지)의 절반도 안 되는 약 2만5000달러 수준에서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이면 내연기관차보다 더 싸질 듯"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2025년쯤에는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큰 요인은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1kWh당 1000달러
를 넘었던 배터리 가격이 최근 13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조만간
100달러 밑으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완성차업체는 각국 정부의 배출가스 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보급형 전기차 출시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동안 고가의 전기차 모델을 앞세워 브랜드의 기술력을 자랑했다면 앞으로는 점점 커지는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실속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