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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도 상영할까…모가디슈 극장 30년만에 재개장

중앙일보

입력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의 '소말리아 국립극장'에서 22일(현지시간) 내전 발발 이후 30년 만의 첫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 [AFP=연합뉴스]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의 '소말리아 국립극장'에서 22일(현지시간) 내전 발발 이후 30년 만의 첫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 [AFP=연합뉴스]

동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의 국립극장이 1991년 내전이 발발한 이후 30년 만에 제대로 문을 열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소말리아 국립극장’의 재단장 이후 22일(현지시간) 첫 영화 상영회가 열렸다. 설렘을 안고 극장을 방문한 시민 수백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1991년 내전 발발 이후 운영 중단 # 2012년 폭탄 테러로 재개장 무산 #지난해 완공 후 첫 일반인 상영회 #'내전 세대' "극장서 첫 영화 관람" #

소말리아 국립극장은 그 자체가 ‘아프리카의 뿔’로 지칭되는 북동부 아프리카의 격동의 역사를 품고 있다. 1967년 중국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선물로 중국 건축가가 지은 이곳은 70,80년대 소말리아의 문화 전성기를 이끌었던 공간이라고 한다. 영화 뿐 아니라 라이브 콘서트 등이 공연됐다.

그러나 1991년 11월 내전이 발생하면서 국립극장은 군부 세력의 군사 기지로 전락했다. 내전 당시 소말리아의 급박했던 상황은 최근 35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소말리아 정부는 2012년 국립극장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해 재개장을 시도했지만, 개장 2주 만에 이슬람 반군 세력인 알 샤바브에 의해 폭탄 테러가 일어나면서 운영이 무한 연기됐다. 소말리아의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들은 예술ㆍ오락을 악으로 간주하면서 지속적으로 테러를 시도해왔다. 반군은 약 10년 전 수도 모가디슈에서 지방으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국지적인 테러 위협이 있다고 한다.

이후 수년 간의 복원 노력이 있었고, 국립극장은 지난해 7월 보수·완공됐다. 이번 상영회는 일반인에게 공개된 첫 행사였다.

22일의 역사적 첫 상영작은 소말리아 감독의 ‘후스’ ‘지옥의 나날들’ 등 두 편의 단편 영화였다. 노숙자들의 삶의 희망에 관한 이야기와 디아스포라(한 민족이 전세계로 흩어지게 되는 현상)에 관한 이야기였다. 국립극장에서 소말리아 감독이 만든 영화가 상영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극장 감독 압디카디르 압디 유수프는 AFP 통신에 “오늘은 소말리아인들에게 역사적인 밤”이라며 “수년 간의 도전 끝에 희망이 어떻게 되살아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영화 티켓은 10달러(약 1만 1000원)로, 소말리아 물가를 생각하면 결코 싼 가격은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날 극장에는 영화팬, 어린시절을 추억하는 아이 엄마 등 다양한 시민들이 몰렸다. 여섯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하키모 모하메드는 “학창시절 소녀였을 때 친구들과 국립극장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보곤 했다”며 “예전과 달리 요즘은 늦은 밤에 외출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회고했다.

테러 등 안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참석자들은 이중 삼중의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뒤에야 좌석에 착석할 수 있었다. AFP통신은 “그럼에도 오랜 기다림 끝에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물든 시민들 사이에서 불편함과 위험은 느껴지지 않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내전 중에 태어나 어린시절 단 한 번도 영화관을 가보지 못 했던 젊은 세대는 이날 처음으로 대형 스크린을 마주했다. 비영리단체(NGO)에서 일 하는 압둘라히 아단은 “어렸을 때 콘서트나 영화를 극장에서 볼 기회가 없었다”며 “수백 명과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만 해왔다. 오늘이 그 날”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씨족 연방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소말리아는 현재까지도 외국 군대에 의존을 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나라들이 여행금지 국가로 분류할 만큼 정세가 불안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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