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 사니 비스포크가 따라왔다…요즘 MZ가 가전 사는법[김경진의 테라스]

중앙일보

입력 2021.09.25 05:00

업데이트 2021.09.27 13:42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최근 59만원짜리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큐커’를 무료로 구입했다. 8개 전용몰에서 밀키트 등 식료품을 매달 3만 9000원 이상씩 2년간 구매하는 조건의 약정 상품에 가입한 뒤 청구할인까지 받았다. 자신을 ‘요알못(요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칭하던 김 씨는 밀키트와 큐커 덕분에 집안에서 ‘셰프’로 거듭났다. 배송받은 재료의 물기를 가볍게 닦아내고 양념 한 뒤 큐커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20분 내 요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큐커 전용 밀키트는 휴대폰으로 바코드만 스캔하면 조리값이 자동으로 설정돼 편리하다. 김 씨는 “맞벌이하는 아내와 아이를 돌봐주시는 장모님께 근사한 한 끼를 뚝딱 대접할 수 있게 됐다”며 “밀키트로 시작해 밀키트에 없는 품목으로 요리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프라이어’ 인기 시들고, ‘멀티 쿠커’ 뜬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비스포크 큐커'와 전용 밀키트를 이용해 여러가지 요리를 동시에 조리해낸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비스포크 큐커'와 전용 밀키트를 이용해 여러가지 요리를 동시에 조리해낸 모습. [사진 삼성전자]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요리하는 ‘홈쿡족’이 늘면서 쉽고 간편하게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멀티 쿠커’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다는 ‘에어프라이어’의 시대가 가고 ‘밀키트’ 등을 활용해 집에서도 외식하는 것처럼 완성도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밀키트는 조리된 음식을 데우기만 하는 가정간편식(HMR)과는 달리 손질된 재료와 양념 등을 받아 직접 조리하기 때문에 재료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요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특히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먹자’는 가치관을 가진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 초반에 출생한 젊은층)를 중심으로 홈쿡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조리 기기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쉽고 빠르게, 그러면서도 ‘맛집’에서 먹는 것과 같은 그럴싸한 상차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스포크 큐커, 출시 한 달 만에 1만대 판매   

삼성전자가 7월 28일 출시한 ‘비스포크 큐커’는 지난달 24일까지 누적 판매량이 1만 대를 넘어섰다. 이 제품은 하나의 기기에 그릴·에어프라이 등 4개의 조리 구역이 나뉘어있어 최대 4가지 요리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상단의 3개 구역에서 소고기 스테이크와 단단한 채소, 무른 채소를 각각 넣고, 하단에 수프나 밥을 두면 4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준비할 수 있다.

밀키트 시장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밀키트 시장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 제품은 개발 단계부터 ‘밀키트족’을 겨냥했다. 밀키트와 가정간편식 뒷면에 인쇄된 바코드를 휴대폰의 ‘스마트싱스 쿠킹’ 앱을 통해 스캔하면 최적의 조리값이 자동으로 설정되는 ‘스캔쿡’ 기능을 탑재했다. 이를 위해 프레시지·마이셰프·청정원·풀무원 등 8개 식품회사와 협업해 117개의 큐커 전용 메뉴와 조리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오뚜기가 큐커 전용 ‘우노피자’를 출시한 데 이어 프레시지에선 제주도 유명 식당인 ‘흑돈가’ 등 맛집 밀키트 10여 종을 다음달 스캔쿡에 추가한다. 호텔 신라도 큐커 전용 밀키트 제품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 가전 제품 최초로 구매 약정 프로그램(마이 큐커 플랜)도 도입했다. 함께 레시피를 개발한 8개 회사 직영몰에서 약정 기간 동안 매달 일정 금액 이상 삼성카드로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큐커)을 할인해 제공하는 형태다. 밀키트나 간편식 외에 생수·즉섭밥·라면·통조림 등 직영몰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모두 선택 가능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체 구매자의 80%가 ‘마이 큐커 플랜’을 통해 제품(큐커)를 구입했다. 약정을 이용한 이들 중 85% 이상은 40대 이하의 젊은 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자 광고 '한번애', 4가지 요리 동시에 가능   

텐마인즈의 '한번애' 제품으로 4가지 요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텐마인즈]

텐마인즈의 '한번애' 제품으로 4가지 요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텐마인즈]

종합 라이프스타일·헬스케어 브랜드인 텐마인즈의 ‘한번애’ 역시 밀키트 재료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4가지 요리가 동시에 완성된다. 특히 아귀찜·찜닭· 갈비찜 같은 찜 요리를 조리하는데 최적화돼있다. 솥에 찜 요리 밀키트 재료를 넣고 11가지 자동 매뉴얼 중 ‘찜’ 버튼만 누르면 따로 젓지 않아도 요리가 완성된다. 찜을 하는 동안 다른 솥에 밥을 하거나 솥 위의 찜기로 채소찜·계란찜을 동시에 만들 수 있다.

‘비스포크 큐커’나 ‘한번애’ 처럼 동시 조리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쿠킹 기능을 한꺼번에 갖춘 ‘올인원’ 제품도 있다. 쿠첸의 ‘플레스쿡’은 블렌더·반죽기·발효기·찜기·그라인더 등 각종 주방 가전의 기능을 모두 갖춘 제품이다. 다양한 밀키트 제품을 종류에 따라 알맞게 조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식부터 이탈리아·스페인 등 다양한 나라의 요리가 포함된 120개의 레시피가 내장돼 있어 재료만 준비하면 간단히 요리를 끝낼 수 있다. 쿠쿠의 ‘스피드팟’ 역시 찜·탕·수비드(진공 저온 조리)·조림·국·케이크 등 70여 가지 요리가 가능한 올인원 가전이다.

집에서 홈파티나 홈캠핑 등을 즐길 때 활용할 수 있는 테이블용 멀티 쿠커도 등장했다. 제니퍼룸이 출시한 ‘멀티그릴’은 본체에 맞는 크기의 전용 대용량 전골팬과 그릴팬으로 구성돼 있어 밀키트를 이용한 홈파티나 홈캠핑에 적합하다. 이 제품은 전용 팬 뿐 아니라 집에서 사용하던 냄비나 팬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MZ세대, 밀키트 중심으로 한 ‘홈쿡’ 확산      

제니퍼룸의 멀티그릴. [사진 제니퍼룸]

제니퍼룸의 멀티그릴. [사진 제니퍼룸]

이런 멀티 쿠커가 인기를 끄는 데는 ‘홈쿡’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달 23일까지 멀티 쿠커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 주광민 롯데하이마트 대치지점장은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에서도 다양한 요리를 즐기기 위해 하나의 제품으로 베이킹·구이·찜 등을 만들 수 있는 멀티 쿠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MZ세대나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밀키트를 이용한 홈쿡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김혜나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밀키트는 불필요한 재료의 낭비를 막고, 장을 보는 데 대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집밥을 즐기려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며 “과거엔 바쁜 일상 속에서 간편하게 가족 식사를 준비하려는 3040 세대의 밀키트 이용률이 높았지만 최근엔‘나를 위한 가치 있는 한 끼’를 요리하려는 청년층의 이용률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김경진의 테라스] 요즘 뜨는 ‘테크’ 트렌드와 함께 달라지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 소식을 쉽고, 감각 있게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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