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발달장애인 포옹 느낌 주는 압박조끼 만들어 치료 돕죠”

중앙선데이

입력 2021.09.2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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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호 14면

세상을 바꾸는 ESG 

“인간은 생존을 위해 하루에 4번, 성장하려면 하루 12번의 포옹이 필요하다.” ‘가족 치료’ 분야의 어머니로 불리는 미국의 심리학자 버지니아 사티어는 인간 생존과 성장의 필수 요소로 ‘포옹’을 꼽는다. 2003년 미국 정신신체학회에서는 포옹이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 옥시토신 분비를 늘려 심리적 안정과 기억력 향상, 근육 이완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조끼를 만드는 돌봄드림 김지훈 대표는 카이스트(KAIST) 창업전문 석사 과정 때 이런 포옹이 가진 사회적 가치에 주목했다. 지역 복지관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제품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압박 조끼인 ‘HUGgy’(허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불안감을 느끼거나 돌발 행동을 하는 발달장애 아동은 부모나 치료 교사가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안정을 되찾곤 한다”며 “허기는 이에 착안한 제품으로 포옹과 비슷한 심부압박 효과를 통해 안정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기주입식 조끼 ‘허기(HUGgy)’를 소개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기주입식 조끼 ‘허기(HUGgy)’를 소개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허기는 2019년 하반기 카이스트 창업경연대회 ‘E*5 KAIST’에서 최우수상(1위)을 수상하면서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이듬해엔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의 투자를 받아 돌봄드림이라는 법인을 만들고 본격적인 생산에 나섰다. 법인 설립과 동시에 중소벤처기업부의 우수 소셜벤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SK그룹의 ‘소셜밸류커넥트’(SOVAC) 투자자 연결 프로그램인 ‘IR Room’에 선정됐다. SOVAC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생태계 확대를 위해 SK그룹이 조직한 사회적 가치 플랫폼이다. IR room에 선정된 사회적 기업은 투자자와 만나 기업설명회를 진행할 기회가 주어진다. 추석을 앞두고 김 대표를 만났다.

발달장애도 치료를 받으면 되지 않나.
“발달장애를 치료할 기관이나 교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치료를 받기까지 1년에서 5년간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동의 경우 만 6세 이전에 치료를 해야 효율적인데, 많은 발달장애 아동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허기가 대안이 될 수 있나.
“치료 기관·교사가 부족하면 효율을 높이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허기는 조끼와 연결된 펌프를 통해 공기를 주입해 몸을 압박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발달장애인의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안정감을 제공한다. 현재 아동용과 성인용으로 각각 3종류씩 6가지 사이즈로 생산하고 있다.”
반응은 어떤가.
“제품을 내놓은 지 3주만에 매출이 2000만원가량 나왔다. 특수교육기관 등 공공기관 수요가 많았는데, 착용해 본 발달장애인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발달장애 아동을 둔 부모로부터는 ‘고맙다’는 인사도 꽤 받았다. 허기가 치료제는 아니지만, 발달장애인이나 그들의 가족에겐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허기만의 장점이라면.
“개발 단계에서부터 현장의 치료 교사나 보호자들과 소통하면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한 뒤 제품을 만들었다. 안전성도 높은 편이다. 경쟁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중량 조끼’(무게를 느낄 수 있도록 무겁게 만든 조끼)는 단순히 무겁기만 하고 납으로 만들어 유해성은 물론 질식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다. 하지만 허기는 공기를 채워 압력을 주는 방식이라 특히 안전에 민감한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다.”
다른 종류의 허기도 있나.
“현재 시판 중인 허기는 평소 일반 조끼처럼 착용하다 필요할 때만 수동으로 펌프를 눌러 공기를 주입하는 ‘핸디버전’이고, 자동 모터로 공기를 주입하는 ‘자동버전’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발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 중이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발달장애 아동의 신체 변화나 음성 명령에 따라 반응하는 스마트 허기도 개발 중이다.”
사회적 기업으로써 어려움은 없었나.
“제조업 특성상 제품 생산을 위한 초기 설비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컸다. 창업 동료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라 옷을 만들어 본 경험·기술이 부족했던 것도 어려웠던 부분이었다. 초기엔 조끼에 들어가는 튜브 하나 수정하는데 수천만원이 들기도 했다. 당시 한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가 의류제조 경험·기술을 갖고 계셨다. 설득 끝에 회사에 합류하셨고 그분 덕에 무사히 시판할 수 있었다.”
사회적 기업이라도 수익은 필수다.
“현재 판매 중인 허기는 27만5000원으로, 발달장애인은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12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국내는 시장이 작은 편이어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발달장애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발달장애인은 약 1억27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외에도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과 노인 등으로 마케팅을 넓혀갈 계획이다.”

돌봄드림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SOVAC 홈페이지 IR Room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SOVAC 사무국은 매월 2~3곳의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IR Room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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