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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종전선언 흥미 있고 좋은 발상” 7시간 만에 태도 바꾼 북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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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호 04면

김여정

김여정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입’ 역할을 맡고 있는 김여정(사진) 노동당 부부장이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관심을 보이며 적대시정책 철회라는 조건하에 남북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불안정한 정전 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김 부부장은 다만 조건을 달았다. 그는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 간 존중이 보장되고 편견과 지독한 적대시정책, 불공평한 이중 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며 “이 같은 선결 조건이 마련돼야 서로 마주 앉아 의미 있는 종전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우리를 자극하고 이중잣대로 억지를 부리며 사사건건 걸고 들면서 트집을 잡던 과거를 멀리하고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북남 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특히 이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밝힌 지 7시간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 부상의 발언이 문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해석되자 ‘종전선언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대북 제재 해제 등 적대시정책 철회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는 북한의 의중을 보다 명확히 밝히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정부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TV에 출연해 “굉장히 의미 있고 무게 있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담화를 잇따라 낸 데 대해서도 “두 담화에 간극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둘 다 조건을 말하고 있으며 이 부상은 미국을 향해, 김 부부장은 한국을 향해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며 “역할을 해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이날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에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종전선언 제안과 함께 인도적 지원 등에 총력전을 펴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도 방미 후 귀국길에 기내 간담회를 열고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3자 또는 4자에 의한 종전선언에 미국과 중국의 동의가 있어 왔다. 종전선언에 관련국들도 소극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는 입구이자 일종의 정치적 선언으로 법적 지위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과도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미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워싱턴DC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종전선언은 성급하고 무리한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외교적 제안은 실행력이 담보돼야 하는데,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무리한 제안을 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중국이 강압적이라고 여러 나라가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도 중국 측에 전달하고 있다”며 “(다만) 중국이 아직 우리에겐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전날 미국외교협회 초청 대담에서 ‘중국이 공세 외교를 펼치는 것은 경제적으로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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