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7시간 만의 '턴'…"종전선언 좋은 발상" 대화 의지

중앙일보

입력 2021.09.24 13:39

업데이트 2021.09.24 17:57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관심을 보이며 적대시 정책 철회를 조건부로 하는 남북 대화 재개의 뜻을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은) 장기간 지속되어 오고 있는 조선(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76차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부부장은 “우리(북한)를 자극하고 이중자대를 가지고 억지를 부리며 사사건건 걸고 들면서 트집을 잡던 과거를 멀리하고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이라며 조건부를 달았다. 하지만 “얼마든지 북남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회복과 발전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반도평화보장체계수립의 단초로 되는 종전선언의 필요성과 의의를 공감한 데로부터 우리는 지난 시기 여러 계기들에 종전선언에 대하여 논의한 바 있다”며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고도 했다. 이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종전선언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3조 3항)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지난 15일 한국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현장에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한 문 대통령의 언급을 문제삼으며 남북관계 파탄을 위협했다. 열흘 만에 입장을 선회한 셈이다.

특히 북한은 이날 오전 이태성 외무성 부상을 내세워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시기상조”라며 “대북적대시정책 우선 철회”를 요구했다. 이 부상의 담화 7시간 뒤 김여정이 나선 건 ‘이 부상의 담화가 문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부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자 종전선언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 적대시정책 철회에 방점이 있다는 취지의 설명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부부장의 담화직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부상의 담화는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 볼 수 있고, 김 부부장의 담화는 대한민국의 역할에 대한 메시지"라며 "(한국에)'어떤 역할을 해 봐라' 이런 뜻으로 읽히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김 부부장의 담화를 무게 있게 받아들이면서 그 의미를 정확하게 분석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조건부를 달기는 했지만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당국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담화 배경을 좀더 세밀히 분석해 봐야 하겠지만 표면적으로 대화 가능성을 제시한 점은 환영할 만 하다”며 “문재인 정부는 집권 마지막까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4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4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이날 오전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에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심의하고 결정했다. 종전선언 제안과 함께 인도적 지원 등에 총전력을 펴는 분위기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중앙포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중앙포토

이에 따라 2019년 2월 베트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냉각기에 접어든 남북관계가 복원의 길로 접어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단, 김여정은 “그러나 지금 때가 적절한지 그리고 모든 조건이 이런 논의를 해보는데 만족되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며 조건을 달았다. “현존하는 불공평과 그로 인한 심각한 대립관계, 적대관계를 그대로 둔채 서로 애써 웃음이나 지으며 종전선언문이나 낭독하고 사진이나 찍는 그런것이 누구에게는 긴절할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가 없고 설사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변하는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면서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의 철회를 요구했다.

남북은 지난 7월 27일 413일 동안 끊겼던 통신선을 연결했지만 북한은 한ㆍ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들며 지난달 10일부터 일방적으로 응답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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