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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 선명" 이유로 윤창호법 피한 50대, 항소심서 뒤집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음주 측정 당시 “눈빛이 선명했다”등 이유로 음주 운전자에게 이른바 ‘윤창호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윤창호법은 2018년 9월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윤창호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대전지법 "다른 사람말 듣고 사고 인식" 유죄 인정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시행중이나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가운대전 대덕대로에서 대전 둔산경찰서와 유성경찰서 경찰관들이 합동으로 음주단속을 하고있다. 뉴스1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시행중이나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가운대전 대덕대로에서 대전 둔산경찰서와 유성경찰서 경찰관들이 합동으로 음주단속을 하고있다. 뉴스1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문보경)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51)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한밤중 술을 마신 상태로 대전 동구 도로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던 중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다가 맞은편에서 오던 B씨(23)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시간여 만에 숨졌다. B씨는 입대를 앞두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20%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A씨를 기소할 때 적용한 윤창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대신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가 음주는 했지만,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을 검찰이 완전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음주 측정 당시 사진을 보면 피고인의 눈빛이 비교적 선명하다”면서 “다음날 이뤄진 조사에서도 사고 경위를 비교적 상세히 기억했다”고 판시했다. 또 “수사 보고에 ‘운전자 혈색 붉음’ ‘보행 상태 비틀거림’ ‘언행상태 부정확’ 등으로 기록돼 있지만, 이것만으로 A씨가 술에 취해 주의력·반응속도·운동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직전까지도 피고인은 피해자 오토바이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사고 직후에도 다른 사람 말을 듣고서야 사고를 인식하는 등 주의력이나 판단력이 떨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사고 당시 야간이긴 했지만 기상상태가 양호했고, 주변은 밝은 데다 시야에 별다른 장애도 없어서 오토바이가 오는 것을 별다른 노력이 없더라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직진 신호를 위반해 무모한 불법 좌회전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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