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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 수거하면 보상금 6만원…길거리 애물단지의 변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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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배수로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인 모습. 뉴스1

길거리 배수로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인 모습. 뉴스1

길거리에 마구 버려지는 '애물단지' 담배꽁초가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을까. 정부가 담배꽁초 쓰레기를 모아서 재활용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한편에선 재활용 확대보다 버려지는 꽁초 양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 서울 강북구 등과 손 잡고 재활용 시범사업 #전문가는 "정책 방향 잘못, 꽁초 투기 방지로 가야"

환경부는 24일 서울 강북구,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손잡고 담배꽁초 회수ㆍ재활용 체계 시범구축과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3개 기관은 앞으로 담배꽁초를 모아서 재활용하는 시범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꽁초 수거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흡연자들이 별생각 없이 길거리에 버린 담배꽁초는 도시 미관을 해치는 골칫거리로 지적받아왔다. 또한 이들 꽁초는 플라스틱 문제의 주범으로 꼽힌다. 궐련 필터가 대부분 플라스틱의 일종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담배꽁초가 우수관 등을 통해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담배 한 갑당(20개비 기준) 24.4원의 폐기물부담금을 부과하고, 담배꽁초용 쓰레기통 설치도 지원해왔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해외에서 담배꽁초를 새롭게 처리해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미국, 프랑스 등에선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담배꽁초 필터를 가구, 벽돌 제조 등에 재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담배꽁초 수거와 거리 청소에 드는 비용을 담배 생산자에 부담시키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도 이러한 사례를 감안해 담배꽁초 재활용 가능성을 검증키로 했다. 내년 5월까지 약 9개월간 강북구와 함께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내년 연말까지 전국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북구 구민들이 길거리 담배꽁초를 수거하는 모습. 사진 환경부

서울 강북구 구민들이 길거리 담배꽁초를 수거하는 모습. 사진 환경부

담배꽁초를 재활용하려면 충분한 물량이 필요하다. 강북구는 지난 3월부터 '담배꽁초 수거보상금 지급사업'을 통해 20세 이상 구민에게 꽁초 1g당 20원의 보상금(월 최대 6만원)을 주고 있다. 사전교육을 받은 뒤 자신이 모아온 담배꽁초를 구내 13개 동 주민센터에 제출ㆍ접수하면 되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강북구 내 관공서, 대형 사업장, 상습 무단투기 지역 등 20개 지점에 담배꽁초 수거함을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

이렇게 회수된 담배꽁초는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재활용이 추진된다. 필터는 먼저 분리한 뒤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 제조에 활용한다. 남은 종이와 연초 부분은 소각해 에너지 회수에 나서게 된다.

다만 담배 필터를 재활용하려면 필터 내부의 유해물질 제거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해당 분야 전문가와 함께 용매추출법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유해물질이 제거되면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의 원료가 되는 재생 펠릿을 뽑아내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관계기관과 협력해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담배꽁초 회수, 재활용 체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선 담배꽁초 문제가 '재활용' 대신 '투기 방지'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의 플라스틱 정책이 잘못 가게 되면 자칫 비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담배꽁초는 대량으로 모으기 어렵고, 다른 플라스틱 폐기물과 비교해 재활용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 수거 후 재활용에 집중하면 목표치만 너무 높게 잡혀서 오히려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환경적 이익을 고려하면 투기를 막는 데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흡연자들의 꽁초 투기를 줄이기 위해 담배 제품에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넣게 하거나 유럽처럼 담배 회사들에 수거, 청소 비용을 부담시키는 쪽으로 가는 게 낫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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