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추방 비인간적" 바이든의 아이티 특사 반기들고 사임

중앙일보

입력 2021.09.24 06:39

업데이트 2021.09.24 07:07

미국 남부 국경인 텍사스주 델 리오 지역에서 기마 순찰대가 아이티 난민을 쫓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남부 국경인 텍사스주 델 리오 지역에서 기마 순찰대가 아이티 난민을 쫓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아이티 특사로 임명한 대니얼 푸트 대사가 바이든 행정부의 난민 정책을 공개 비판하며 사임했다.

최근 미국 남부 국경인 텍사스주 델 리오 지역으로 아이티 난민이 몰려들자 바이든 행정부가 이들을 아이티로 수송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비인간적"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고위 외교관이 '공개 비판 사임'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간 미군 철수, 프랑스와의 '핵 잠수함' 파동에 이어 이민 정책으로 새로운 비판에 직면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푸트 아이티 특사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보낸 사임 서한에서 "아이티 난민과 불법 이민자 수천 명을 아이티로 추방하는 미국의 비인간적이고 역효과를 낳는 결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푸트 대표는 "아이티에 대한 우리의 정책적 접근은 여전히 심각한 결함이 있으며, 내 권고는 무시되고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관리들은 무장 폭력배들이 제기하는 위험 때문에 안전한 구역에만 머물도록 제약받는 나라"인 아이티로 난민을 돌려보내는 것은 인도주의적 처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포트 특사는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피살로 아이티 정국이 혼란에 빠져들자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특사로 임명됐다.

오랜 정부 부패로 인한 경제난에 범죄 확산, 대형 지진까지 겹치면서 생활고와 생명의 위협을 느낀 아이티인들이 남미 칠레와 브라질 등을 거쳐 최근 미국 남부 국경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푸트 특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아이티 정치 개입도 비판했다. 미국 정부는 모이즈 대통령 피살 후 취임한 아리엘 앙리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

푸트 특사는 미국을 비롯한 외국 정부가 수십 년 간 아이티 정치에 관여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이 승자를 또 고를 수 있다고 믿게 하는 자만심이 놀랍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파문 진화에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푸트 특사가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는데도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국무부는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배포해 푸트 특사가 해결책 모색에 참여하는 대신 사임해버리고 사임 상황을 호도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국무부가 고위 외교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은 야당인 공화당으로부터는 너무 느슨하다고 공격받고 행정부 내부에서는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비판받는 형국이다.

공화당은 아이티에서 수천 명이 미국으로 몰려오는 데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고, 민주당 내에서는 강격 대응하고 있다며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미 국토안보부 산하 기마 국경순찰대가 고삐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아이티 난민을 가축 몰듯 쫓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커졌다. 말을 탄 백인이 흑인을 잡으러 쫓는 장면이 연출된 데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말에 사키 대변인은 "우리 모두 그랬듯 대통령도 마음 아파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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