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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파업 대체 배송차, 수상한 男 다녀간뒤 기름 샜다 [사건추적]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오후 1시56분쯤 전남 함평군 엄다면 무안광주고속도로 광주~무안 방향 함평나비휴게소에서 한 남성이 파리바게뜨 배송 대체 기사의 2.5t 화물차 연료 공급선을 절단한 뒤 도주하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장면. 영상 전남경찰청

지난 17일 오후 1시56분쯤 전남 함평군 엄다면 무안광주고속도로 광주~무안 방향 함평나비휴게소에서 한 남성이 파리바게뜨 배송 대체 기사의 2.5t 화물차 연료 공급선을 절단한 뒤 도주하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장면. 영상 전남경찰청

"정체불명 남성 다녀간 뒤 연료선 잘려" 

지난 17일 오후 1시56분 전남 함평나비휴게소.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주차된 흰색 화물차로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갑자기 화물차 밑으로 사라진 남성은 5초 만에 다시 나타나더니 황급히 차 뒤쪽으로 달아났다. 정체불명의 남성이 다녀간 뒤 화물차 밑바닥은 연료 공급선에서 새어나온 기름으로 흥건했다.

이날 휴게소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모습이다. 피해 차량은 파리바게뜨 배송 기사들의 파업으로 회사 측이 대체 투입한 화물차였다.

남성이 사라진 뒤 트럭의 연료 공급선은 날카로운 도구로 잘린 상태였다. CCTV에 찍힌 남성이 화물차의 연료 공급선을 고의로 끊은 흔적이다. 전문가들은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연료 공급선이 잘린 채 차를 운전하면 시동이 꺼지거나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도대체 이 남성의 정체는 뭐고, 왜 이런 위험천만한 짓을 했을까.

지난 17일 전남 함평군 엄다면 무안광주고속도로 함평나비휴게소에서 파리바게뜨 배송 대체 기사가 탄 화물차 연료 공급선이 잘려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화물연대 파업 관련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전남 함평군 엄다면 무안광주고속도로 함평나비휴게소에서 파리바게뜨 배송 대체 기사가 탄 화물차 연료 공급선이 잘려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화물연대 파업 관련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특수재물손괴 등 피의자 3명 조사 예정"  

함평경찰서는 23일 "특수재물손괴와 업무방해 혐의로 A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 주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A씨 등은 지난 17일 오후 1시56분쯤 전남 함평군 엄다면 무안광주고속도로 광주~무안 방향 함평나비휴게소에서 파리바게뜨 물류 배송 기사 B씨의 2.5t 화물차 연료 공급선을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자른 혐의다. 경찰은 A씨 등 3명이 무리를 지어 화물차를 망가뜨림으로써 B씨의 배송 업무에 차질을 빚게 한 점을 감안해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승용차 2대가 광주 방면에서 B씨 화물차를 따라 휴게소에 들어온 뒤 B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한 남성이 차량 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을 바탕으로 승용차 소유주 2명 등 3명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조사 결과 사건 당시 승용차 2대에는 각각 2명과 1명이 타고 있었다. B씨 화물차의 연료 공급선을 자른 남성은 2명이 탔던 승용차 조수석에 있었고, 그는 범행 직후 자신이 타고온 차가 아닌 함께 휴게소에 들어온 다른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결의대회가 열린 23일 세종시 금남면 SPC삼립 세종공장 앞에서 조합원들이 SPC그룹을 규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민주노총 화물연대 결의대회가 열린 23일 세종시 금남면 SPC삼립 세종공장 앞에서 조합원들이 SPC그룹을 규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과 무관" 부인 

경찰은 해당 승용차들이 호남샤니 광주공장 화물연대 파업 집회 현장 인근에서 출발한 사실을 확인하고, 파업 관련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호남샤니 광주공장은 SPC그룹이 생산한 제빵 제품을 광주·전남 각 소매점으로 배송하는 물류 기지다.

경찰은 용의자 3명이 당시 광주 집회 현장에서 승용차 2대에 나눠 타고 B씨 화물차를 휴게소까지 계속해서 뒤쫓았던 점으로 미뤄 이들이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들 모두 화물연대 노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로 지목된 차주 2명 중 1명이 범행 당시 실제 차를 운전한 사실도 확인했다.

B씨는 2년 전부터 파리바게뜨 관련 물류를 배송해 온 운수회사 운전자로 노조원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일 B씨는 목포 방면 파리바게뜨 상점을 포함해 여러 가게에 물건을 배송하러 가던 길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지난 17일 광주 남구 진원동 파리바게뜨 상점 앞에서 하차 중이던 배송 대체 기사 차량에 누군가 계란을 투척하고 사라졌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광주 남구 진원동 파리바게뜨 상점 앞에서 하차 중이던 배송 대체 기사 차량에 누군가 계란을 투척하고 사라졌다. 연합뉴스

경찰 "증거 확보 중…배후도 조사"

경찰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1시30분쯤 광주 남구 파리바게뜨 상점 앞에서도 하차 중이던 배송 대체 기사 C씨 차량에 누군가 계란을 던지고 사라졌다. C씨는 경찰에서 "노조원으로 보이는 남성 3명이 차량에 계란을 던졌다"는 취지로 말했다.

파리바게뜨 배송차 연료 공급선 절단과 계란 투척 사건에 대해 화물연대 측은 "파업과는 무관하며, 설사 조합원이 개입했더라도 노조 차원에서 계획한 일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함평경찰서 관계자는 "특수재물손괴와 업무방해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보 중"이라며 "배후가 있는지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본부 2지부 파리바게뜨지회는 SPC그룹에 물류 노선 증·배차 재조정 이행을 요구하며 지난 2일부터 운송 거부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5일부터는 전국 SPC 사업장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 측은 사측이 투입한 대체 물류 차량의 운행을 막거나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현재까지 전국에서 노조 간부 등 46명을 업무방해·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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