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비호감 대선 없었다…"뽑을 사람 없네" 통계로 입증

중앙일보

입력 2021.09.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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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국민의힘 소속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국민의힘 소속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흔히 ‘선거는 최선(最善)이 아닌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일’이라고 말하곤 한다. 마음에 쏙 드는 후보를 뽑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인물을 찾기는 어렵고 최악의 후보를 피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는 격언이다.

어느 선거에서든 그런 경향이 없지 않다지만 내년 3·9 대선을 앞둔 요즘 특히 그런 반응이 자주 나온다. 추석 연휴 동안 한자리에 모인 가족 중 누군가가 “뽑을 사람이 정말 없다”는 말을 되뇌이는 걸 목격한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상투적인 래퍼토리’로 치부할 수 만은 없을 정도로 이런 말을 뒷받침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공개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조사해 지난 17일 공개한 차기 대선 주자 호감 여부 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국민의힘 소속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등 여야 상위권 후보 4명이 모두 ‘호감’보다는 ‘비호감’ 답변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그나마 호감 34%, 비호감 58%인 이재명 지사가 성적이 나은 편이었다. 윤석열 전 총장(호감 30%, 비호감 60%), 홍준표 의원(호감 28%, 비호감 64%), 이낙연 전 대표(호감 24%, 비호감 66%)는 비호감 답변 비율이 호감 답변 비율의 두 배 이상이었다.

과거 대선 때는 어땠을까. 한국갤럽은 2012년 대선 때는 이러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최근 조사가 2017년 5·9 대선을 앞둔 조사다. 대선이 채 3개월 남지 않던 2017년  2월 21~23일 조사에서 대선 지지율 상위권이던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호감 47%, 비호감 46%였고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는 호감 54%, 비호감 37%였다. 또 당시에도 경선에 출마했던 이재명 지사는 호감 39%, 비호감 51%였다.

조사 시점과 정치적 상황이 달라 당시 조사 결과를 현재와 그대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따른다지만 적어도 이번 대선 주자에 대한 비호감도가 수치상으로는 꽤 높은 건 사실이다.

최근 흐름에서 특히 더 주목할 점은 대부분 비호감도가 상승 중이란 점이다. 지난 3월 9~11일 조사와 비교했을 때 윤석열 전 총장은 비호감 답변 비율이 47%→60%로, 이낙연 전 대표는 56%→66%로, 이재명 지사는 43%→58%로 각각 상승했다. 유일하게 홍준표 의원만 비호감 답변이 72%→64%로 줄었다.

이러한 경향은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달 3~4일 조사한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당시 조사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호감 46%로 이재명 지사(40.1%), 최재형 전 감사원장(39.4%), 이낙연 전 대표(37.9%)에 비해 높았지만 비호감(50%) 답변 비율보단 낮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이 꼽는 공통적인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정치의 극단화·양극화다. “과거에 비해 진영 대결 양상이 강해졌고, 그래서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이 아니면 일단 싫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정당은 싫어도 사람은 좋다’는 식의 인식이 많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양극화 심해진 정치 환경, 매운 맛 경쟁의 영향”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예년에 비해 이번 대선에선 좋아하는 사람을 찍기보다는 싫어하는 사람을 떨어뜨리려는 네거티브 에너지가 더 큰 것 같다”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대를 떨어뜨릴 수 있는 후보에 대한 기대가 큰 양상”이라고 말했다.

그런 정치적 환경에 더해 대선 주자의 ‘캐릭터’ 가 거론된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대선 후보들은 국민 전체를 지향하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현재 지지율 상위권 후보들은 정치적 컬러가 분명하고 지지층 지향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누가 더 매운지 매운 맛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자 경선을 진행 중이란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같은 정당 후보끼리도 싸움을 하고 있는 만큼 호감을 가진 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내부 경쟁이 치열했던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호감도 조사를 했다면 이명박·박근혜 후보 모두 호감도가 낮게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12월 16일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오른쪽)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대선 TV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012년 12월 16일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오른쪽)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대선 TV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모름·없음’ 응답, 2012년 대선 비해 10%포인트 상승

그렇다고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고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기본적으로 ‘뽑을 사람 없다’거나 ‘모름’이라고 답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8월 31일~9월 2일 한국갤럽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의견 유보’ 비율은 한 달 전 조사에 비해 3%포인트 상승한 32%였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이 비율은 낮아지는 게 보통인데 양당의 경선이 시작됐음에도 오히려 비율이 올라갔다. 2012년 대선 당시 선거 12개월 전부터 6개월여 전까지 ‘모름·없음’ 응답이 22% 안팎이었던 걸 고려하면 현재 10%포인트 정도 높은 수치다. “뽑을 사람 없다”는 얘기가 자주 들리는 게 통계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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