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의 민간사업자 선정에 참여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간부가 화천대유 관계사 대표의 대학 같은 학과 후배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영개발로 추진됐다는 대장동 개발 사업이 시작 단계부터 민간 업체에 좌지우지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는 정황이다.
대장동 핵심 인물의 후배가 사업자 ‘셀프 심사’ 관여
의혹의 핵심 인물은 대장동 개발 사업의 ‘키맨’ 중 한 명으로 주목받는 천화동인4호(화천대유의 관계사)의 대표 남모 변호사다. 천화동인4호는 화천대유의 관계사로 최근 3년간 1000억 원대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남 변호사가 소유하고 있다. 특혜 의혹이 불거진 뒤 잠적 상태인 남 변호사는 12년 전 대장동 개발이 추진될 당시에도 등장했다. 그는 시행사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영개발을 포기하도록 여당 국회의원 등에게 로비를 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기소 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자타공인 대장동 개발사업 ‘전문가’인 남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도 인맥을 확보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간부로 일한 정모 변호사는 서울의 한 대학 법학과 후배였다. 정 변호사는 지난 2015년에 진행된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선 1차 절대평가와 2차 상대평가에 모두 참여해 ‘셀프 심사’ 논란을 불러온 당사자 중 한 명이다. 공사 측은 당시 상대평가에 대해 “25명의 외부 심의위원단 중 추첨으로 뽑힌 5명이 진행한다”고 밝혔으나 상대평가 심의위원 5명 가운데 2명이 이른바 ‘내부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직원이었고 그중 한 명이 정 변호사였다. 당시 심사 하루 만에 화천대유가 포함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최고점을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초고속 선정된 것도 논란이 됐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과거 국민의힘과 대장동 토지를 매입한 토건부패 세력이 공공개발을 포기시키고 민간개발로 전환했다”면서 “제가 그 후 성남시장에 당선됐는데 이를 공공개발로 전환하려니까 엄청난 저항과 반발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 변호사는 이전의 대장동 개발 과정부터 관여하면서 시종일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남 변호사가 미국으로 출국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그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남 변호사가 심었다”는 의혹도 제기돼
정 변호사가 남 변호사의 주선으로 공사에 취업했다는 의혹도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상태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정씨는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서 입사한 만큼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2014년에 진행된 성남도시개발공사 공개채용에 지원해 4급 상당 전문직으로 채용됐다. 당시 정 변호사가 지원한 분야의 업무는 ▶투자심의 등 심사 관련 업무 ▶투자사업 법적사항 검토 ▶개발사업비 정산 등이었다.
징계 받고 직급 강등, 올해 2월에 퇴사
정 변호사는 지난 2월 20일에 공사를 퇴사했다. 업무태만 사유로 징계를 받아 4급 직위에서 5급으로 강등돼 ‘일반 직원’ 신분으로 퇴사했다고 한다. 공사 측 관계자는 “징계와 퇴사 사유는 개인 정보라 확인이 불가능하다”면서 “징계 사유는 대장동 개발사업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정 변호사는 현재 휴업 상태다. 중앙일보는 관련 입장을 듣고자 정 변호사에게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