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로벌 포커스

북한의 탈선이 묵인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2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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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뉴욕주 상원의원을 지낸 미국의 지성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핸은 1993년 ‘탈선의 하향 규정(defining deviancy down)’이란 표현을 썼다. 당시 범죄의 만연을 언급하며 과거라면 지탄받았던 경범죄를 사회가 묵인하면서 이들 행위가 정상이게 된 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안일함뿐만 아니라 탈선 증가 문제를 다루지 않으려는 사회 지도자들의 ‘공모’도 있다고 봤다. 그는 “한때 탈선이었던 행위가 증가하면 다양한 이해집단들이 이들 ‘문제’를 ‘본질에선 정상’이라고 재규정해 이득을 보려 한다”고 말했다.

1994년 모이니핸의 통찰에 공감한 뉴욕 시장이 경미한 위법 행위에도 무관용 원칙을 도입했다. 뉴욕 경찰이 체증으로 정차한 차의 유리창을 닦곤 운전자로부터 돈을 갈취한 불량배들을 검거하기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리버럴들은 조롱했지만, 실제 범죄율이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주 미사일발사, 유엔 결의 위반
안보리와 한·미·일은 조치해야

북한이 지난 13일과 15일 미사일을 발사했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한 발, 일본 인근 바다에 떨어진 탄도미사일 두 발이다. 미 국무부는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확인했다. 결의는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도 금지한다. 이번 순항미사일도 틀림없이 결의 위반에 해당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런 탈선을 ‘하향 규정’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모든 관계국에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 추진)’과 단계적·동시적 원칙에 따른 대화”를 촉구했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은 ‘긴급한’ 대화 및 외교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은 이번 순항미사일이 2017년의 탄도미사일과 달리 일본 영공을 침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정부 역시 대북 압박이나 제재에 대한 언급을 아꼈다.

모이니핸이 설파했듯, 다양한 이해집단이 ‘문제’를 ‘본질에선 정상’이라고 재규정해 이득을 얻는다. 중국의 경우 미·중 전략 경쟁이 고조되고 내년 10월 20차 공산당 당 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으려는 마당에 북한을 압박할 생각이 없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대북 문제 등 현안에서의 공조를 제안하자 중국 외교부는 홍콩·대만·남중국해에 이르는 ‘핵심 이익’에 대한 자국 요구를 인정하라고 답했다. 시 주석은 9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 정책에 불만을 표하고 협력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바이든 정부는 성김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해 자카르타에서 북한 문제를 처리하게 했지만, 백악관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핵심 인물이 누군지 명확지 않은 상태다. 아프가니스탄부터 대만 문제까지 다중의 도전에 직면한 미 정부로선 북한의 무기개발이 우려되긴 하나 중·러와의 지난한 외교를 해야 하는 제재보다는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끌어내는 게 용이할 수 있다. 예전의 일본이라면 대북제재를 촉구했겠지만, 지금은 코로나19 문제와 자민당 총재 선거로 여념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이라 대북압박·제재·긴장보단 종전선언 같은 정치적 유산을 고대한다.

모이니핸에겐 대단히 친숙한 동역학일 것이다. 지도자들의 회피를 범죄자들이 이용하는 것 말이다. 모이니핸이라면 무관심의 결과가 장차 훨씬 더 위험한 범죄, 즉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불법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할 것이다. 그러니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결의 위반을 선언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안보리 차원에서 실패한다면 지지 국가들이라도 함께 제재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한·미·일 모두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뉴욕 경찰도 운전자 갈취를 막는 것이 불편했다. 범죄가 너무 심해져 뉴욕을 구하기 위해 뭐라도 시작해야 할 때까진 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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