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혜수의 카운터어택

FIFA가 하겠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2021.09.24 00:20

지면보기

종합 26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세계 축구계가 소란하다. 국제축구연맹(FIFA)부터, 대륙별 연맹, 왕년의 스타들, 그리고 축구 팬까지, 다들 한마디 한다. 4년 주기인 월드컵 축구대회를 격년제로 바꾸는 문제를 놓고서다. 찬성과 반대 논리 모두 예상대로다. 찬성 쪽은 다양한 나라에 출전 기회를 줘야 한다는 평등주의를, 반대쪽은 더는 선수 혹사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인도주의를 외친다. 과거를 잊은 듯한 행보도 서슴지 않는다. 예컨대 이번 격년제 개최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실무를 총괄한 아르센 벵거 FIFA 글로벌 축구개발 책임자는 예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감독 시절 소속 선수의 국가대표 차출을 앞장서서 비판했던 인물이다.

격년제 월드컵 이슈는 1999년 제프 블라터 당시 FIFA 회장이 처음 꺼냈다. 블라터는 이 문제를 놓고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신경전을 벌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월드컵 격년 개최라는 건 (여름) 올림픽과 월드컵이 지구촌 스포츠 팬을 놓고 피 터지게 싸워야 한다는 얘기다. 어쨌든 당시는 조용히 지나갔다. 그런데 지난 5월 난데없이 사우디아라비아축구협회가 이 문제를 다시 꺼냈다. 타당성 검토를 제안했다. FIFA는 기다렸다는 듯 논의를 시작했다. 오는 30일 FIFA는 전 세계 이해 당사자들을 모아 화상회의를 연다.

기자회견 중인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 [AP=연합뉴스]

기자회견 중인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 [AP=연합뉴스]

세계 축구 시스템은 촘촘하게 짜인 그물이다. 대표팀과 클럽팀이 씨줄과 날줄이다. 대표팀은 선수에게 명예를, 클럽팀은 부를 준다. 둘은 서로의 영역에 선을 긋고 되도록 침범하지 않는다. 대표팀 중요 대회는 클럽팀 시즌이 끝난 뒤 열린다. 피치 못하게 시즌 중 대표팀 일정을 잡아야 하면 수년 전 미리 날짜(FIFA A매치데이)를 정한다. FIFA는 유럽축구연맹(UEFA)이나 아시아축구연맹(AFC) 등 대륙별 연맹과도 일정을 사전에 조율한다.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대회)가 겹치지 않는 이유다. 격년제 월드컵은 이런 그물의 매듭을 싹둑 자르는 일이다. 축구는 물론, 전세계 스포츠가 모든 그림을 새로 그려야만 한다.

지난해 유럽 빅클럽 팀들이 자신들만의 유러피언 슈퍼리그(ESL) 창설을 추진했다. 결국 “해당 팀 선수는 월드컵 출전 불가”라는 FIFA의 경고에 줄줄이 발을 뺐다. 축구는 FIFA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거고, 한다면 하는 거다. 물론 FIFA 맘대로 안 된 것도 있긴 하다. 2015년 FIFA는 월드컵의 역사를 그린 영화 ‘유나이티드 패션즈’를 제작했다. 3200만 달러를 투입했는데, 영화는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수입 918달러에 그쳤다. 최종 성적은 17만 달러였다. 영화가 축구였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거다. 장담하건대, 우리는 격년제 월드컵을 보게 될 거다. 격년이 뉴노멀이 될 거다. FIFA가 한다는데, 감히 누가 토를 다는가.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