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복지의 내일] 행복을 주는 노인일자리 확대하자

중앙일보

입력 2021.09.24 00:05

지면보기

02면

기고

“밤늦도록 교구를 만들고 대사를 외우는 힘든 과정도 있지만, 어린 친구들이 내가 하는 구연동화에 푹 빠져 듣는 것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끼죠. 노인일자리 덕분에 늘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로 채워지는 알찬 일상이 행복합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69세 참여자가 수기를 통해 들려준 이야기다. 어르신이 들려준 구연동화에 어린이는 기뻐하고 본인은 행복감을 느끼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중 하나인 택배사업에 참여하는 71세 참여자의 수기에는 “사회일원으로 소속되어 일한다는 것이 기쁘고, 경제력도 생겨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일자리를 통한 사회참여가 개인의 자아실현뿐만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803만 명으로 전체 인구 중 16.1%를 차지하는 고령사회다.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통계청 추계에 의하면 2025년이면 노인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2040년에는 1666만 명(34.3%)으로 향후 20년간 2배 이상 증가한다.

오늘날의 어르신들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개발시대에 피와 땀으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든 분들이다. 불행하게도 1988년 국민연금제도 도입 시 우리는 적립방식을 채택해 어르신이 지불한 피와 땀이라는 보험료는 보장받지 못했다. 그 결과 현재 어르신은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을지라도 낮은 수준이다. 자식들의 부양의식도 줄고 있다.

그 결과 국내 노인빈곤율은 43.4%(2018년)로, OECD 평균의 세 배 정도다. 국민연금제도 성숙에 따라 노인빈곤율은 다소 줄 수 있지만, 노인인구가 절대적으로 늘면서 빈곤 어르신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빈곤문제에 대한 대응은 복지국가의 첫 번째 임무다. 건강한 노인의 경우 일자리를 통한 소득보장이 우선돼야 한다. 그 목표는 국제적인 빈곤선인 중위소득의 50%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어르신들이 받는 사적 이전소득과 기초연금, 국민연금 등의 공적이전소득, 그리고 노인일자리로 받는 급여액의 합계가 빈곤선을 넘길 수 있도록 제도적 연계 조정이 돼야 한다.

저소득 노인에 대한 보충적 소득보장을 위해 시작된 노인일자리사업은 2004년 2만5000개로 시작해 올해 80만 개 창출을 목표로 한다. 세금을 낭비하는 사업이라는 일부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노후 안전망이 불충분한 현실을 고려하면노인일자리의 중요성과 의미는 더 강조돼야 한다.

그 이유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노인가구의 경제적 개선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일을 통해 이름을 되찾고 또래와 함께 교육받고 일하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2017년 이석원 등의 연구에 의하면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 노인들은 동일 조건의 비참여 노인보다 연간 의료비를 57만원 적게 지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를 올해 참여자 80만 명에게 적용하면 의료비 절감효과는 4000억원 이상이 된다. 또한 노인일자리를 통해 지역의 공공서비스 기능이 강화되고, 지역 사회 환경개선과 안전 도모, 지역 사회 내 취약계층 보호 강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준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어르신들이 자긍심을 갖고 참여하실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 사업을 개발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