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미래다] "구구단에 해당하는 컴퓨팅사고력, 모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

중앙일보

입력 2021.09.2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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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교육확대추진단 단장 서정연 서강대 교수 인터뷰 / 컴퓨팅사고력, 모든 분야에 필요 / 정보교과 교육 시간 턱없이 부족 / 내년 교육 과정 개정에 반영돼야

 정보교육확대추진단 단장 서정연 교수는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 공교육을 통해 컴퓨팅사고력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랜서 조인기

정보교육확대추진단 단장 서정연 교수는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 공교육을 통해 컴퓨팅사고력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랜서 조인기

최근 교육계의 화두는 내년에 있을 2022년 개정 교육 과정이다. 교육 과정 개편은 교육 대계의 10년을 결정짓는 것은 물론 국가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한국의 공교육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필수 역량인 컴퓨팅사고력 교육은 잘 이뤄지고 있을까? 더 나아가 새롭게 개정되는 교육 과정에서는 어떠한 내용이 반영되어야 할까? 정보교육확대추진단 단장을 맡은 서강대 서정연 교수를 만나 디지털 시대의 핵심 역량인 컴퓨팅사고력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컴퓨팅사고력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하는 이유는.

“4차산업혁명 시대는 모든 분야에서 컴퓨터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문과·이과와 관계없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법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그래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구구단에 해당하는 컴퓨팅사고력을 모든 학생에게 가르쳐야 한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컴퓨팅사고력은 읽기·쓰기나 수학과 같이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기초역량으로 간주하고 있고, 많은 국가에서 초중고교 교육과정에서 교육을 과감하게 확대하는 추세다.”

-지금 초중고 교육 현황은 어떠한가.

“무엇보다도 컴퓨팅사고력을 가르치고 있는 정보교과 교육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초등 6년 동안 17시간, 중등 3년 동안 34시간을 가르치도록 돼 있다. 아이들이 컴퓨팅사고력에 재미를 느끼고 구구단처럼 익숙하게 활용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시간이다. 초등학교에서 몇 달 가르치고, 중학교에서 1년 정도 가르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기본 개념을 제대로 배우기도 어렵고, 기껏 배우고 나서도 추가 교육이 없기 때문에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정보교과는 수능에 반영되지 않는 선택과목이라 아예 개설하지 않고 있는 고등학교도 많다. 정보 교육을 적어도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8년 정도 연속해서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컴퓨팅사고력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익숙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컴퓨팅사고력에 대한 해외 교육 사례는.

“영국은 2014년부터 컴퓨팅이라는 교과목을 독립 교과로 지정하고,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년간 매주 1시간 이상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중국·유럽 국가들도 컴퓨팅 수업을 확대하고 있고, 최근에는 가장 보수적이었던 일본도 개혁에 나섰다. 일본은 2019년에 초등학교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확대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최근에는 2025년부터 대학 입시에 정보교과를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가 아이들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교육 개혁을 단호하게 추진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이 너무 어렵지 않나.

“요즘은 언플러그드 교육 즉, 컴퓨터 없이도 보드게임을 하듯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체험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잘 개발돼 있다. 게다가 엔트리나 스크래치와 같은 블록형 프로그래밍 언어가 개발돼서, 영어로 된 명령을 사용하지 않고 블록 쌓기를 하듯이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재미있게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뭔가를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서 결과를 즉석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재미있어한다. 아이들이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면 매우 미래지향적인 전문 직업을 택할 수 있을 것이다.”

-공교육 현장에서 정보 교육 부족의 해결 방안이 있다면.

“한국 교육계에서는 여러 교과목 간 배정된 교육 시수를 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새로운 분야의 교육을 확대하려고 하면 기존 교과목들의 시수를 줄여야 하므로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시수 조정이 어렵다고 정보교과 시수 확대를 계속 미룬다면, 그 피해는 학생들과 구인난을 겪고 있는 산업계의 몫이 될 것이고, 결국 국가 경쟁력까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한국의 과학기술계가 나서서 정보 교육의 확대를 요구했다. 한국의 3대 한림원과 과학기술학술단체총연합회, 과기정통부 장관까지 공개적으로 정보교육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지금 교육부는 2022년 개정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정보교과 시수를 확대하자는 요구에 대해서 어떻게 결정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교육의 공급자인 교육계의 의견보다는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과 학부모,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교육 확대를 위해 내년 교육개정이 중요한 이유는.

“최근 지방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정보 교육 확대에 대한 국민청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국민의 여론이 매우 중요하다. 전체 국민이 정보 교육 확대를 강하게 요청해야만 교육계가 수용할 것이다. 2022년 교육 과정 개정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개정에서 정보 교육 확대가 반영되지 않으면 우리는 또 10년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모든 아이에게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공교육을 통해서 컴퓨팅사고력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이미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사교육 시장이 형성됐다고 한다. 미리 배운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사이의 격차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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