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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1년, 서울 전셋값 1억3500만원 뛰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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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3.3㎡당 평균 전셋값이 1억원을 넘는 서울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 고공 행진이 계속되면서다. 사진은 서울 삼성동·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3.3㎡당 평균 전셋값이 1억원을 넘는 서울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 고공 행진이 계속되면서다. 사진은 서울 삼성동·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1년 만에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1억3528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자치구 중 강남구 전셋값은 1년 새 2억5857만원이 상승했다. 3.3㎡(평)당 평균 전셋값이 1억원을 넘는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시세는 6억2402만원으로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4억8874만원)보다 1억3528만원(27.7%) 올랐다. 이는 전년인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7월 사이 상승액(4092만원)의 3배가 넘는다.

임대차법 1년, 서울 자치구별 전셋값 상승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임대차법 1년, 서울 자치구별 전셋값 상승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특히 강남구 전셋값은 1년 만에 2억5857만원 상승해 평균 11억3065만원을 기록했다. 송파구(2억1781만원), 강동구(1억9101만원), 서초구 (1억7873만원) 등의 상승 폭도 컸다. 노원구는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평균 905만원 올랐는데, 임대차법 시행 이후에는 8078만원 올라 상승액이 9배에 달했다. 김 의원은 “새 임대차법 때문에 전세살이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는 점이 수치로 증명됐다”며 “정부와 여당의 정책 기조 전환이 없다면 새 임대차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강남권을 중심으로 3.3㎡당 평균 전셋값이 1억원을 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서울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면적 31.4㎡는 지난달 5일 보증금 12억6000만원(6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억3264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다. 청담동 브르넨청담(1억671만원),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1억201만원),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1억107만원) 등에서도 3.3㎡당 1억원이 넘는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브르넨청담 전용 219.96㎡는 지난 2월 19일 보증금 71억원(5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보증금 기준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월세도 초고가 거래가 잇따른다. 성수동1가의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전용 264.55㎡는 지난 7월 30일 보증금 20억원, 월세 2700만원(47층)에 계약됐다.

올해 서울 고액 임차보증금 순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해 서울 고액 임차보증금 순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전세 신규계약 보증금과 갱신계약 보증금 간에 차이가 벌어지는 ‘다중가격’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차 계약 갱신 시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한다. 같은 아파트인데도 이를 적용받는 갱신계약과 그렇지 않은 신규계약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계약과 갱신계약 평균 전세 보증금 간 격차가 9638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강남구 아파트는 신규와 갱신계약의 전셋값 격차가 2억원(2억710만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고민도 깊어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말까지 전·월세 가격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부동산 업계에선 ‘표준임대료’ 카드가 거론된다. 지난 6월 시행한 전·월세 신고제로 확보한 거래 정보를 토대로 표준임대료를 책정해 신규 계약에서 발생하는 가격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더 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셋값이 이중, 삼중으로 천차만별인데 표준임대료를 산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섣부른 가격 통제로 매물 부족 현상을 부추기고, 전세 시장 불안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새 임대차법의 부작용 해소를 위해선 무엇보다 다주택자 매물이 임대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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