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강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 방송토론회에서 ‘2강(强)’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에게 안보 문제로 부딪혔다. “특허 있냐”, “공약 짬뽕” 같은 날선 발언이 오갔다. 그 와중에 둘은 다른 후보들로부터는 ‘공약 표절’과 ‘공약 바꾸기’ 공격을 받았다.
윤 전 총장은 주도권 토론에서 먼저 홍 의원을 지목하고 그의 핵무장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았다. 홍 의원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에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식의 핵 공유를 요구하고 미국이 들어주지 않으면 자체 핵무장 카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렇게 되면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해서 비핵화 외교 협상은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홍 의원은 “독일의 (헬무트) 슈미트 수상도 그런 방식으로 핵 균형을 이뤘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자신의 주도권 토론에서 바로 윤 전 총장을 지목하고 “전술핵과 전략핵 구분을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총괄한 이도훈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윤석열 캠프에 참여하는 것을 두곤 “윤 전 총장의 대북 정책을 보면 문재인 2기 대북 정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주택 공급 정책을 언급하며 “윤 전 총장 공약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정세균, 이낙연, 송영길 후보와 우리 유승민 후보 공약까지 짬뽕을 했다”고 지적했다.
‘국익 우선주의’라는 단어로도 둘은 부딪혔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핵 관련해서 국익 우선주의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국익 우선’이라는 말도 특허가 있냐”며 웃으며 맞받아쳤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자신을 필리핀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에 비유한 사실도 문제 삼았다. 윤 전 총장은 “두테르테 같다고 해서 홍 의원이 두테르테가 아니지 않냐. 유머러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유승민 “윤석열 공약, 내 것과 숫자까지 똑같아”
윤 전 총장은 다른 후보들로부터는 ‘공약 표절’ 공격을 받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내 3위 주자로 조사되는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군에 의무복무를 다녀온 병사들에게 주택청약 가점을 주는 공약을 발표를 했다”면서 “(내 공약과) 숫자까지 똑같고,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고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2일 군 복무 국민에게는 민간주택 청약 시 가점 5점을 부여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자 유승민 캠프 측은 자신들이 이미 발표한 공약과 같다며 “42명 정책자문 전문가 영입의 결과물이 표절이라니 참 안쓰럽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유 전 의원의 공격에 “저도 참여를 해서 많은 정책 전문가들과 직접 꼼꼼하게 수차례 회의를 해가면서 낸 공약”이라며 “(청약 5점 가산은) 올해 1월 하태경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들어가 있는 내용 아니냐”고 받아쳤다. 그러자 유 전 의원은 “저는 4년 전 대선 때부터 이야기를 하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준표 의원을 향해선 공약을 바꾼 데 대한 공격이 많았다. 하태경 의원은 검사 출신인 홍 의원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공약한 데 대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역선택을 바라고 한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하 의원이 “이번에 처음 내놓은 정책 아니냐”고 묻자, 홍 의원은 “그렇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한국이) 선진국이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권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尹 “이재명 사건, 견적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윤 전 총장은 “어떤 식으로 수사해야 할지 소위 말하는 ‘견적’이 나온다”면서 “경찰이 자금추적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칫하면 자금추적을 핑계로 제대로 조사를 안 하고 시간을 지체해 증거인멸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의원은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면 이 지사는 감옥에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대장동 의혹을 지자체장이 조직폭력배와 결탁해 비리를 저지르는 내용의 영화 ‘아수라’에 빗대 “이번 대선은 아수라의 진실을 밝히는 선거”라며 “불공정한 사기극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