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45% 노리는 이낙연 "전봉준 기억한다" 읍소 전략까지

중앙일보

입력 2021.09.23 18:51

업데이트 2021.09.23 19:09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 호남 경선을 앞두고 양측은 화천대유 의혹에 이어 수박 발언 논란 등으로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 호남 경선을 앞두고 양측은 화천대유 의혹에 이어 수박 발언 논란 등으로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호남 권리당원·대의원 투표에서 45%는 얻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명운을 가를 호남 경선(25~26일)을 이틀 앞둔 23일 이낙연 전 대표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45%’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과반 득표 저지와 결선투표행의 불씨를 살리는 게 호남 경선의 지상과제인 이 전 대표 측이 그은 마지노선인 셈이다.

지난 12일까지 진행된 네 차례 지역 경선과 1차 선거인단 투표의 누적 득표 결과 이 지사는 53.71%로 1위, 이 전 대표는 32.46%로 2위였다. 호남 권리당원 20만4017명의 투표율을 60%(투표자 12만여명)라고 가정할 때 이 전 대표가 45%(약 5만5000표) 득표로 1위를 차지하더라도 누적 득표율은 약 33%에 그치지만 향후 분위기 반전의 근거가 될 거라는 게 이 전 대표 측의 기대다. 캠프 대변인인 이병훈 의원은 “호남에서 이 지사와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호남서 승부를 결정짓는 게 목표인 이 지사 입장에선 이 전 대표의 45% 득표는 용인할 수 없는 수치다. 이 지사를 돕는 한 중진 의원은 “호남에서도 이 지사가 50% 이상을 무난히 얻어 경쟁의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며 “지난 네 차례 지역 경선에서 20%대 후반 득표에 그친 이 전 대표가 호남이라고 해서 40%이상 얻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호남 올인’ 이낙연…일각선 “호남에 갇힐 수도”

추석 연휴 전체를 광주(19일)→목포·여수(20일)→전주(21·22일) 등에 머물며 막판 표몰이에 집중한 이 전 대표는 메시지의 방점도 연고주의에 찍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호남의 선후배들께서 저를 통해 큰 결심 한 번 해달라. 본선에서 이길 후보, 저 이낙연을 결선투표로 보내달라”고 썼다. 22일 전북도의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선 “저는 현대사가 동학에서 시작됐다고 믿는 사람이다. 동학과 전봉준을 항상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8일 광주시의회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당내에선 "사퇴에 대한 동정론이 커졌다"는 주장과 "맥락이 맞지 않아 엉뚱한 결정이란 여론이 크다"는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온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8일 광주시의회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당내에선 "사퇴에 대한 동정론이 커졌다"는 주장과 "맥락이 맞지 않아 엉뚱한 결정이란 여론이 크다"는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온다. 연합뉴스

캠프 차원에선 국회의원직 사퇴(지난 8일)로 배수진을 친 이 전 대표에 대한 호남인들의 측은지심도 자극하고 있다.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의원은 “‘유일한 호남 주자를 호남의 손으로 죽이면 안 된다. 결선투표까지 가도록 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영표 의원도 23일 KBS라디오에 나와 “이낙연 후보가 다시 (이 지사에게) 5 대 3으로 지면 민주당 경선은 여기서 사실상 끝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패배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며 표를 구하는 일종의 ‘읍소’ 전략이다.

그러나 이같은 연고주의 전략이 되레 호남 지지층의 기대심리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호남 출신의 한 민주당 인사는 “이 전 대표가 동정표로 얻을 수 있는 득표는 5%가 안 될 것”이라며 “호남만 강조하면 ‘백제’ 논란 때처럼 ‘호남에 갇힌 후보’라는 인식을 줘 패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천대유·수박’ 논란 적극 방어하는 이재명

반면 이 지사는 추석연휴 중반부터 ‘화천대유’(대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정면 돌파에 주력했다. 이 지사는 23일 페이스북에 “시간이 지날수록 진실은 명백해지고, 더구나 저 이재명은 때리면 때릴수록 강해질 뿐”이라며 “(화천대유 의혹 제기자들은) 나중에 ‘아차, 자살골이었구나’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 지사는 16일부터 3박4일 간 호남을 돈 이후엔 주로 수도권에 머물며 페이스북에 야당과 조선일보 등을 향한 공격적 메시지로 해명을 대신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 18일 오후 광주 남구 한 미혼모시설을 방문해 손인사를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부터 3박4일 호남에 머문 뒤부턴 수도권 등지에서 각종 논란에 대응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와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 18일 오후 광주 남구 한 미혼모시설을 방문해 손인사를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부터 3박4일 호남에 머문 뒤부턴 수도권 등지에서 각종 논란에 대응하고 있다. 뉴시스

이 지사 캠프는 7만6191표가 걸린 전북 경선에 특별한 기대를 걸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13일 후보직 사퇴)를 따르던 안호영 의원(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과 이원택 의원(전북 김제·부안)이 22일 잇따라 이 지사에 대한 공개 지지에 나섰고 한때 정 전 총리의 조직을 총괄하던 임무영 전 당 조직국장을 영입(지난 20일)했다. 전북 출신인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연고가 확실한 광주·전남과 전북의 정서는 크게 차이가 난다”며 “정 전 총리 지지자 상당수가 이 지사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누적 득표율 11.86%로 3위를 기록 중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선전 여부도 호남 경선의 큰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개국본(개혁국민운동본부) 등 지지층이 겹쳐 추 전 장관이 선전하면 이 지사의 득표율은 떨어지는 구조라는 점이 지난 경선 과정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민주당 당원구조상 호남 경선의 승패와 표차는 수도권 경선과 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화천대유 의혹의 여파가 어느 정도 미칠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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