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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종료 앞둔 8인 협의체…與, 변칙 대안으로 ‘언론 재갈’ 강화

중앙일보

입력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여야 협의체 9차 회의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여야는 8인 협의체 활동 종료를 사흘 앞둔 이날까지 주요 쟁점사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뉴스1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여야 협의체 9차 회의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여야는 8인 협의체 활동 종료를 사흘 앞둔 이날까지 주요 쟁점사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뉴스1

“26일을 데드라인으로 잡고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민주당은 오히려 더 위헌적인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다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민주당이 23일 8인 협의체 9차 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제안이 우리 측 수정안에 거의 다 담겼다”(김용민 의원)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기존보다 더 많이 후퇴한 위헌적 대안”(최형두 의원)이라고 수용 불가 입장을 유지했다.

與 “인권위 제안 수용”vs  野 “오히려 후퇴”

민주당이 지난 17일 제시한 수정 대안의 핵심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라는 문구를 새로 삽입한 것이다. 앞서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2조)로 규정했던 ‘허위·조작 보도’ 개념을 삭제하고, 대신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를 징벌 대상으로 적시했다.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여야 협의체 9차 회의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여야 협의체 9차 회의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에서는 곧바로 “기존의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책임 대신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되면서 대상이 훨씬 넓어졌고,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입증 책임을 언론 등에 지움으로써 입증 책임도 전환했다”(전주혜 원내대변인)는 지적이 나왔다. 원고가 ‘진실하지 아니함’만 입증하면 피고(언론사)는 ‘고의·중과실 없음’을 입증해야만 돼 사실상 언론사의 입증 책임 부담이 이전보다 더 커졌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전의 ‘허위·조작 보도’ 규정에 비해 걸려드는 보도 범위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는 “당초 민주당에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을 삭제하라고 요구한 이유는 ‘합리적 근거 없이 언론사들을 함부로 불리하게 대하지 말라’는 취지였다”며 “그런데 이번 대안은 오히려 한정적이었던 추정 규정을 확대해 모든 소송에서 언론사에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비판의 이유 자체를 이해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현재 여당의 언론중재법은 일반적 손해배상을 뛰어넘는 ‘징벌의 대상’으로 언론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면서 “다른 손해배상제도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수한 징벌제를 도입하겠다는 의도가 짙고, 국제단체들 역시 이 부분에 우려를 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與 ‘입법 독주’ 재현할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국제회의'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2021.9.23 임현동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국제회의'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2021.9.23 임현동 기자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을 예고한 27일이 다가올수록 정치권 안팎의 비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대한민국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국제회의’ 기조연설에서 “전문가들은 언론중재법이 과잉금지 원칙, 명확성 원칙, 비례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면서 “언론탄압 법률안에 대통령의 사실상 동의한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기자협회 등 7개 언론단체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골격이 유지된다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악법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를 설립, 언론의 신뢰 회복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8인 협의체가 합의 도출에 실패해도, 27일 본회의에서는 법안 처리를 시도할 것”(핵심 관계자)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양당은 현재까지 정정·반론보도 청구권 강화 등에서 일부 공감대를 이뤘지만 ▶징벌적 손배제 철회 ▶열람차단청구권 삭제 등을 근본적으로 고치라는 국민의힘 요구에 민주당은 “부분 조정이 최선”이라는 입장으로 버티고 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언론중재법 관련해 질의를 하고 있다. 2021.9.16 임현동 기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언론중재법 관련해 질의를 하고 있다. 2021.9.16 임현동 기자

결국 본회의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여당의 전원위원회 소집 충돌이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합의가 안 되더라도 원안 통과는 아니다”라며 “필리버스터는 의사 진행 방해이며 저희는 전원위원회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도 “이제와 굳이 강행 처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는가”(재선 의원)라는 관측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1위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언론중재법 강행 찬성 입장을 공식화했다. 성남 대장동 땅 개발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고의적 악의적 허위 보도에 형사 처벌 외 강력한 징벌 배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조선일보 계열사들의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허위조작보도는 중대범죄”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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