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리먼 될라, 中 헝다 쇼크에 원화 값 롤러코스터

중앙일보

입력 2021.09.23 17:30

업데이트 2021.09.23 17:41

추석 연휴가 끝나고 23일 문을 연 한국 금융시장은 중국 헝다 공포에 롤러코스터를 탔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연합뉴스

오전 9시 서울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원·달러 환율은 1180원대로 올랐다(미국 달러화 대비 한국 원화 가치 하락). 전 거래일보다 8원 오른 1183원으로 출발하며 지난해 9월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헝다그룹이 파산하며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덮치면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한층 강해진 긴축 신호도 시장에 불안을 더했다.

외환 당국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오전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관계기관 합동으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시장 점검에 나섰다. 이 차관은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점진적 축소) 진행 속도 등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와 그에 따른 디레버리징(차입 비율을 낮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 헝다그룹과 같은 시장 불안 요인이 갑작스럽게 불거질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 차관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뉴스1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 차관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뉴스1

다만 이 차관은 이들 변수가 당장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Fed가 연내 테이퍼링을 사실상 공식화했지만, 시장 예상과 대체로 부합한 결과”이고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상향하는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 역시 견고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외환 당국은 중국 헝다그룹이 제2의 리먼 브러더스가 될 가능성은 아직 적다고 봤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와 달리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있지 않고 ▶주택저당증권(MBS) 같은 복잡한 파생상품이 개입돼 있지 않으며 ▶위험에 노출된 자산(익스포저)이 분산돼 있고 그마저도 대부분 중국 내에 한정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헝다그룹의 위기는 중국 정부가 단행한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 영향이 크다”며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처럼 전 세계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고 기재부 관계자는 평가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 TV 화면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자회견 영상이 방영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 TV 화면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자회견 영상이 방영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FOMC 직후 제롬 파월 Fed 의장이 “헝다그룹 부채는 중국에 국한된 문제”라고 선을 그은 이유도 같다. 오후 들어 이런 인식이 시장에 번지며 원화 값은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5원 소폭 오른 1175.5원에 마감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하루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기재부 당국자는 “부채 위기가 헝다그룹 한 곳으로 끝날지 아니면 중국 내 다른 기업으로 번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한국과 중국 시장을 필요 이상으로 높게 연관 짓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을 고려하면 경계감을 늦출 순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진짜 위험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초읽기에 들어간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미국 Fed가 언제 금리 인상에 나설지, 최종적으로 얼마까지 올릴지가 최대 변수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시점이 2023년이 아닌 내년 하반기로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시장 내 긴장감은 커지는 중이다. 최종 부도 여부가 판가름 나지 않은 ‘헝다 변수’를 두고도 전 세계 금융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선진국의 급격한 자금 회수와 금리 인상을 견뎌내지 못하고 신흥국 금융사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테이퍼링이 예정돼 있고, 중국 장기 정책 기조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선진국과 신흥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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