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도 평당 1억 시대…강남 2.6억 올라 평균 전셋값 11억

중앙일보

입력 2021.09.23 17:06

업데이트 2021.09.23 17:21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동산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2021.9.12/뉴스1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동산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2021.9.12/뉴스1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1년 만에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1억3528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전셋값은 1년 새 2억5857만원이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3.3㎡(평)당 평균 전셋값이 1억원을 넘는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시세가 6억2402만원으로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4억8874만원)보다 1억3528만원(27.7%) 올랐다. 이는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7월 사이 상승액(4092만원)의 3배가 넘는다.

특히 강남구 전셋값은 1년 만에 2억5857만원 상승해 평균 11억3065만원을 기록했다. 송파구 2억1781만원, 강동구 1억9101만원, 서초구 1억7873만원 등의 상승 폭도 컸다. 노원구는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평균 905만원 올랐는데, 임대차법 시행 이후에는 8078만원 올라 상승액이 9배에 달했다. 김상훈 의원은 "새 임대차법 때문에 전세살이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는 점이 통계로 증명됐다"며 "정부와 여당의 정책 기조 전환이 없다면 새 임대차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대차법 1년, 서울 자치구별 전셋값 상승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임대차법 1년, 서울 자치구별 전셋값 상승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강남권을 중심으로 3.3㎡당 평균 전셋값이 1억원을 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면적 31.4㎡는 지난달 5일 보증금 12억6000만원(6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억3264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다. 강남구 청담동 브르넨청담(1억671만원),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1억201만원),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1억107만원) 등에서도 3.3㎡당 1억원이 넘는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브르넨청담 전용 219.96㎡는 지난 2월 19일 보증금 71억원(5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보증금 기준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전세뿐 아니라 월세도 초고가 거래가 잇따른다. 성동구 성수동1가의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전용 264.55㎡는 지난 7월 30일 보증금 20억원, 월세 2700만원(47층)에 계약됐다.

아파트 전세 중위 가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아파트 전세 중위 가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새 임대차법의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세 거래 건수가 줄고, 전세 신규계약 보증금과 갱신계약 보증금 간에 차이가 벌어지는 '다중가격'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전·월세상한제는 임대차 계약 갱신시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한다. 같은 아파트인데도 이를 적용받는 갱신계약과 그렇지 않는 신규계약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상훈 의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계약과 갱신계약 평균 전세 보증금 간 격차가 9638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강남구 아파트의 경우 신규계약과 갱신계약의 전셋값 격차가 2억원(2억710만원)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합의로 5% 이상 가격을 올리는 사례가 늘면서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사이에 새로운 가격대가 형성돼 '삼중 가격'도 나타나고 있다.

세금 증가로 집주인이 늘어난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전세의 월세화'도 문제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계약일 기준)은 총 1만2567건으로, 이 가운데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이 39.4%(4954건)를 차지했다. 지난 1년간(지난해 8월∼지난달) 월세 거래 비중은 35.1%로, 법 시행 전 1년간 28.1%에 비해 7.0%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서울 고액 임차보증금 순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해 서울 고액 임차보증금 순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새 임대차법의 부작용이 전세난을 가중시키면서 정부도 고심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전세 시장의 '이중가격' 현상을 언급하면서 연말까지 전·월세 가격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부동산 업계에선 '표준임대료'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 6월 시행한 전·월세신고제로 확보한 거래 정보를 토대로 표준임대료를 책정해 신규 계약에서 발생하는 가격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이와 관련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더 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셋값이 이중, 삼중으로 천차만별인데 표준임대료를 산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섣부른 가격 통제로 매물 부족 현상을 부추기고 전세 시장 불안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새 임대차법의 부작용 해소를 위해선 무엇보다 다주택자 매물이 임대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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