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영계, 전기료 인상에 '악'…"탈원전·탄소중립에 기업 타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전력공사가 4분기 부터 적용되는 전기요금을 8년만에 전격 인상한 23일 오전 서울 중구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력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전력공사가 4분기 부터 적용되는 전기요금을 8년만에 전격 인상한 23일 오전 서울 중구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력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금도 한 달에 전기료가 7000만원 씩 나갑니다. 코로나다 뭐다 해서 가뜩이나 힘든데 전기요금까지 오른다니…."

한국전력이 23일 4분기(10~12월분)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 이후 섬유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정부가 어렵게 기업하는 사람에게는 전기료 지원 좀 해주면 안 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기료 인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경영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인상이 연료비 원가 변동을 반영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탈원전, 탄소중립 정책으로 향후 전기요금 인상이 몇 차례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강병열 보건환경팀장은 이날 전기요금 인상 조치에 대해 “정부가 지난 1월 연료비 원가변동을 반영한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체계’를 도입한 이후, 국제유가 등 연료비의 지속 상승에 따른 조치라고 판단된다”고 평했다. 그러나 “제조업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의 경우 금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직접적인 비용부담과 원자재, 물가 상승 등 간접부담으로 인해 기업 경영에 부담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더 큰 문제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포함된 석탄, 석유 등 화력발전 축소 및 중단,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 에너지 구조 전환 계획이 향후 전기요금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라며 “정부는 탄소중립 추진 및 에너지 구조 전환 과정에서 과도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제조업 등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이 저해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전력수급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재근 산업조사본부장도 “유가 상승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이번 전기료 인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판단되지만,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서 전기료가 오를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류성원 산업전략팀장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예상돼왔던 것”이라며 “풍력, 태양열은 발전단가가 원전과는 워낙 차이가 나 전기료가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선진국은 원전을 일정부분 유지하기 때문에 전기료 인상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선에서 탄소중립목표를 이룰 수 있다”며 “한국은 무리하게 탈원전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려하고, 탄소 중립도 관련 기술이 도입된 이후에 실현 가능한데 2030년 목표치를 무리하게 세워놓고 추진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