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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합법광고도 의협 거치면 불법?” 사면초가의 강남언니

중앙일보

입력 2021.09.23 15:02

업데이트 2021.09.23 16:16

변호사와 의사 직역 단체가 스타트업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는 지난 5월 변호사들이 ‘법률 플랫폼’에 가입할 수 없도록 광고 규정을 고쳤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의료 플랫폼’을 통한 광고에 초법적인 자체 심의를 적용할 수 있도록 법안을 고치고 있다. 변호사와 의사는 지난 수십년간 한국사회를 주름잡아온 전문직. 하지만 플랫폼 앞에선 ‘을(乙)’을 자처하며 퇴출을 외치고 있다.
이들의 주적(主敵)으로 지목된 스타트업 로톡과 강남언니는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 이들은 대표적인 정보 비대칭 시장인 법률·의료 서비스의 '시장 혁신'을 외쳤지만 직역 단체 반발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두 기업의 창업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플랫폼과 변호사·의사 단체들 간 협업은 가능한 것일까. 팩플팀은 두 스타트업 창업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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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의협 압박에 '스타트업 플랫폼' 이중고 ② 강남언니

강남언니 홍승일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강남언니 홍승일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플랫폼 VS 전문직의 또 다른 전장은 의료계다. 특히 온라인 성형 광고를 중심으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하루 평균 10만명 이상 방문하는 인터넷 매체’에 올라갈 의료광고는 의사협회, 치의사협회, 한의사협회로 구성된 자율심의기구(이하 의협)의 사전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의협을 중심으로 이 법을 고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강남언니 등 5~6개 성형정보 앱이 불법 광고의 온상이 되고 있으니 사전심의 대상에 넣어야 한다(의협 관계자)”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런 앱 대부분이 하루 방문자 10만명이 채 안 되는 스타트업들이란 것. 대표적인 성형정보 앱인 ‘강남언니’의 하루 평균 방문자는 3만~4만명 수준이다.

국회와 정부는 의협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심의 대상을 ‘모든 인터넷 매체(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 또는 ‘자율심의기구와 복지부가 협의해 결정(보건복지부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하자는 의료법 개정안이 나왔다. 성형정보 앱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홍승일(39) 강남언니 대표는 “심의 대상이 되는 것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의협 요구대로 영세한 병원의 작은 배너 광고까지 한 달 넘는 심의 기간과 건당 5만~50만원의 심의비가 필요하다면 플랫폼도 생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무실 벽엔 “공급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IT 기술로 혁신하여 고객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강남언니의 비전이 또렷하게 적혀있었다.

강남언니 홍승일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강남언니 홍승일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법에선 되고, 의협에선 안 되고

의협은 불법 광고를 문제 삼겠다는데, 뭐가 잘못됐나.
“의협은 ‘불법 광고’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불법이 아니다. 의료법상 합법인 광고도 의협만 거치면 승인이 거절된다. 의협의 심의 기준이 법보다 위에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광고에 ▶︎비급여 가격 ▶︎실제 소비자의 비포-애프터 사진 ▶︎실제 소비자의 후기를 쓰는 것은 합법인데(보건복지부 의료광고 가이드라인, p.35~), 의협은 이를 일괄 금지한다. 그러면서 성형정보 앱을 ‘불법 광고의 온상’ 취급한다. 일선 병원들에 ‘불법 앱에 참여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공문을 보내 압박하기도 한다.”
실제로 불법 광고가 올라온다면, 심의 자체를 거부할 순 없지 않나.
“광고 심의 자체는 찬성한다. 우리 또한 의료법 위반 광고는 철저히 단속한다. 리뷰 조작(어뷰징) 업체도 강하게 제재한다. 가짜 광고, 불법 광고가 많아지면 신뢰를 잃고 무너지는 건 플랫폼이란 걸 우리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생존이 걸린 문젠데, 누가 더 절박하겠나. 자체 개발한 불법 광고 검수 인공지능(AI)과 내부 인력이 지난 2년간 불법 광고 2만5000여건(전체 광고는 7만 여건)을 걸러냈다.”
의협은 광고 속 후기가 ‘실제 소비자 작성 건’인지 조작된 건지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래서 더 이해가 안 된다. 의협은 지금도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대형 플랫폼 광고 심의를 다 감당 못하고 있다. 조금만 찾아보면 심의를 통과한 척하는 ‘가짜 심의필’ 광고가 나온다. 하지만 뚜렷한 단속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불법 광고를 거르는 AI 기술을 가진 우리 같은 플랫폼과 의협이 협업하면 좋지 않을까.”
의료광고는 원래도 규제가 강력하다. 위 사례 중 합법 의료광고는 4번 하나뿐. 의료법 규정대로 할인한도(최대 49%) 범위 내 할인율, 시술금액, 부가세 여부 등이 명시돼있다. 1번은 치료 효과의 단정적 표현(‘전혀 없다’), 2번은 불법 대가성 할인(‘후기 작성 필수’), 3번은 의료와 관련 없는 의사 경력(‘미스코리아 출신’) 표현이 사용돼 모두 의료법 위반. [사진 강남언니 블로그]

의료광고는 원래도 규제가 강력하다. 위 사례 중 합법 의료광고는 4번 하나뿐. 의료법 규정대로 할인한도(최대 49%) 범위 내 할인율, 시술금액, 부가세 여부 등이 명시돼있다. 1번은 치료 효과의 단정적 표현(‘전혀 없다’), 2번은 불법 대가성 할인(‘후기 작성 필수’), 3번은 의료와 관련 없는 의사 경력(‘미스코리아 출신’) 표현이 사용돼 모두 의료법 위반. [사진 강남언니 블로그]

사전심의, 기득권 강화할 뿐

결정적으로 뭐가 문제라고 보나.
“뭐든 사전에 검열하겠다는 발상이다. 사후에 수정을 요청해도 될 일인데. 국회·정부·의협 모두 사전심의를 주장하는데 이미 실패한 전례가 있다. 2015년 이전 의료광고는 복지부가 심의하되, 의협에 이를 위탁하는 구조였다. 당시 ‘정부가 사전검열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위헌 결정이 났었다. 이후 자율심의기구가 심의하는 현재 방식이 도입된 건데, 심의 주체만 정부에서 의협으로 바뀌었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건 동일하지 않나. 게다가 사전심의는 기득권만 강화하는 기형적 시장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
기득권을 강화한다?
“사전심의 대상이 되면, 병원은 작은 온라인 배너 광고조차 건당 5만~12만원, 많게는 50만원 넘는 심의비를 (의협에)지불해야 한다. 한번 승인 탈락하면, 승인 날 때까지 다시 심의비를 지불하며 수정해야 한다. 심의 기간도 평균 한 달 이상 걸린다. 월 1억~2억원짜리 대형 전광판 광고들이 받는 심의를 월 10만원짜리 온라인 광고도 받아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동네 병원들이 작은 광고라도 할 수 있을까. 대형 병원만 계속 키워주는 꼴이다.”
왜 의협이 ‘사전’ 심의를 주장한다고 보나.
“의료서비스 소비자에게 정확한 가격과 장비 수준, 원자재를 알리려는 광고 자체가 일부 의사들에겐 불편하기 때문이다. 의료 시장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 시장이다. 심의기구만 봐도 플랫폼이나 플랫폼 전문가 없이 의사단체로만 구성돼 있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길이 사전에 차단된다는 뜻이다. 솔직히 ‘몇몇 분들의 밥그릇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팩플레터 145호

팩플레터 145호

소비자 빠진 의료시장, 투명화 목표

그렇게 생각한 근거는.
“사례로 말씀드리겠다. 피부 톤을 정돈해주는 레이저 토닝 기기 중에 ‘피코토닝’이란 게 있다. 1세대보다 기능이 개선된 2세대 기기로 하는 시술은 10배 비싸고 효과도 더 좋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둘을 구분 못한다. 병원이 1세대 기기를 쓰면서 2세대 시술가를 불러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같은 플랫폼이 중간에서 투명하게 정보를 다 공개하면? 더는 소비자를 속일 수 없다. 의사들 대다수는 이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여긴다. 하지만 몇몇 의사들은 구식 장비로 남들보다 돈을 더 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플랫폼이 가격 경쟁을 부추겨 의료의 질이 떨어진단 우려도 있다.
“소비자는 현명하다. 여러 조건을 비교하지, 그저 값이 싸다고 병원을 찾지 않는다. 그리고 강남언니는 소비자의 위치와 반응을 기반으로 앱 상위에 노출할 광고를 정한다. ‘비전문가도 돈만 내면 전문가로 포장되는’ 입찰제나 경매제 같은 방식으로 광고 사업을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
“플랫폼을 둘러싼 논란에서 항상 안타까운 게 있었다. 소비자 편익이 빠져있단 거다.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건전한 공급자는 높은 평점을 받도록 해 전체 시장을 키우고 건강하게 만든다. 구조적으로 플랫폼이 모든 플레이어를 ‘착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단 얘기다. 광고에 정확한 서비스 가격과 실제 후기를 공개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쟁하자는 게 정말 규제받아야 할 일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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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인터뷰는 9월 23일 팩플레터 구독자들에게 이메일로 먼저 발송되었습니다. 함께 나간 김본환, 정재성 로톡 공동창업자의 인터뷰를 보시고 싶으시거나 잘나가는 기업들에 대한 이슈 해설, IT 리더들의 인터뷰와 칼럼을 이메일로 받아보시려면 팩플레터를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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