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회장 130억 투척…와세다대에 '하루키 문학관' 연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23 12:30

업데이트 2021.09.23 12:47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72)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가 다음 달 1일 무라카미의 모교인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안에 문을 연다.

22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무라카미 하루키. [AFP=연합뉴스]

22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무라카미 하루키. [AFP=연합뉴스]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구에 있는 와세다대는 22일 무라카미가 기증한 책과 음반 등 1만여점의 자료를 전시하는 국제문학관,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를 내달 1일 개관한다고 발표했다. 무라카미가 학창 시절 즐겨 찾았다고 알려진 연극박물관에 인접한 이 대학 4호관 건물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을 설계했던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隈研吾)가 리모델링했다.

문학관 입구에는 나무로 만든 아치 모양의 '터널'이 설치됐다. 입구를 통과하면 나타나는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구도의 서가에는 『노르웨이의 숲』『해변의 카프카』『1Q84』 등 무라카미의 대표작 일본어판과 세계 50개 이상 언어로 출간된 번역본들이 자리를 잡았다. 또 무라카미의 개인 서재를 그대로 재현한 코너와 무라카미가 기증한 음반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오디오룸 등이 마련됐다.

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한 문학관 내부.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 서가가 이어진다. [AFP=연합뉴스]

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한 문학관 내부.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 서가가 이어진다. [AFP=연합뉴스]

무라카미가 젊은 시절 운영한 재즈 카페에서 사용했던 그랜드 피아노 등을 전시하는 공간도 있다. 3~5층은 서고(書庫)와 세미나룸 등으로 꾸며졌다.

문학관을 꾸미는 데 든 비용 12억엔(약 129억원)은 패션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이 냈다. 야나이 회장 역시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다.

무라카미 참가 낭독 이벤트도 예정 

문학관 건립은 지난 2018년 무라카미가 자신이 소장한 레코드와 원고, 책 등을 모교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40년 가까이 글을 써왔더니 원고와 자료가 쌓여 집에도 사무실에도 보관할 수 없게 됐다"며 "나에겐 아이가 없기 때문에 내가 없어지면 그다음엔 (자료들이) 흩어질지 몰라 곤란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치 모양의 구조물로 감싸인 문학관 외부. [AFP=연합뉴스]

아치 모양의 구조물로 감싸인 문학관 외부. [AFP=연합뉴스]

22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무라카미는 이 공간이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놓고 구체화할 수 있는 장소가 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1968년 문학부 영화연극과에 입학한 그는 학생운동이 격렬했던 자신의 학창 시절을 회고하며 "(4호관은) 당시 학생들에게 잠시 점거돼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당시 우리가 마음에 그리던 것은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방적인 체제를 타파하고 더 열린 대학을 만드는 것이었다"면서 "싸움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이상(理想)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2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 구마 겐고 건축가(왼쪽부터). [AP=연합뉴스]

22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 구마 겐고 건축가(왼쪽부터). [AP=연합뉴스]

와세다대는 이 문학관을 해외 연구자 교류의 장으로 활용해 세계문학 연구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앞으로 무라카미가 참가하는 낭독 이벤트 등도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학생과 일반인 모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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