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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아킬레스건' 보여준 호주와 북한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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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안보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제력과 군사력이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제고·유지하기 위해선 이를 운영할 충분한 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이해를 함께 하는 동맹국의 양과 질도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중국 안보의 아킬레스건을 깨달을 수 있는 두 국가 사례가 보도됐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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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호주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고 호주로부터 여러 종류의 지하 지원을 공급받아왔다. 그런 중국과 호주는 현재 냉전 중이다. 호주가 2018년 중국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참여를 금지한 것이 발단이었다. 거기에 지난해 호주가 코로나19의 중국 우한(武漢) 기원설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하자 중국은 호주의 항복을 받아내겠다고 결심했다. 호주산 쇠고기, 포도주, 목재, 바닷가재 등 수입을 제한하거나 비관세 장벽을 쳤다. 특히 호주산 석탄에 대해선 지난해 10월부터 수입을 금지했다. 지난해 수입액만 78억9000만 달러(8조7000억원)에 달했던 호주산 석탄을 끊으면 호주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것이란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중국 내 석탄 가격이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석탄 선적 항구 도시인 친황다오(秦皇島)의 발전용 석탄 가격은 지난 7월말 t당 1009위안(약 18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2배 이상 폭등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조업 등 산업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는 국면에서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소비하는 석탄의 80%를 수입하고 그중 60%를 호주로부터 수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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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력난이 심각해진 상황이다. 중국은 전기 생산의 60%를 석탄을 원료로 하는 화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호주산 석탄 수입이 중단되자 발전량 부족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 후난(湖南)성과 저장(浙江)·장시(江西)성 등 남쪽에서 시작돼 네이멍구(內蒙古)·광둥(廣東)·쓰촨(四川)까지 확산했고 최대 도시 베이징과 상하이까지 여파가 이어졌다. 중소기업들이 밀집된 저장성에선 공장 가동을 중단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떨어졌고, 바깥 기온 3℃ 이상이면 난방 불가, 실내 온도를 16℃ 이하로 맞추라는 지시도 내려왔다.

중국은 부랴부랴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콜롬비아산 석탄을 수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수입선이 길어져 운송비가 치솟았고 질도 호주산에 비해 떨어졌다. 반면 호주는 재빨리 수출을 다변화해 중국의 무역 보복으로 인한 수출량 감소가 10% 미만에 불과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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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호주 악몽’은 석탄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발생한 쿠데타로 기니산 보크사이트로 생산하던 알루미늄 가격이 10년 내 최고로 급등했다. 보크사이트 세계 최대 수입국인 중국으로선 또다시 호주에 목을 맬 수밖에 없게 생겼다. 호주는 세계 2위의 보크사이트 수출국이다. 호주 정치권에선 철광석과 석탄 등의 가격을 올려 보복하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호주의 사례에서 주요 에너지 자원 수요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에너지 안보인 것이다. 중국이 가장 중요한 자원인 석유를 수입하는 항로는 말라카 해협을 지난다. 이곳의 제해권은 미국이 가지고 있다. 미국이 해협을 봉쇄한다면 중국은 당장 암흑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가스관을 연결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미얀마에 송유관을 설치해 중동 석유를 수입하는 데 목을 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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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도 마찬가지다. 미·중 무역전쟁 때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보복관세를 매기자 대두를 사료로 쓰는 돼지 사육이 타격을 입었다. 돼지에게 ‘다이어트 식단’를 적용하는 등 고육책을 쓰다 결국 동남아시아 등 제3국을 통한 미국산 대두 우회 수입이란 눈가림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중국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을 보여주는 사례는 북한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위원회가 중국의 방해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은 페이퍼컴퍼니와 선박 위장 등 수법으로 제재를 회피하며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켜 왔는데, 중국 영해에서 제재 회피 의심 선박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는 점 등을 거론했다.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된 이후 중국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뜻에 반해 북한을 돕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중국보다는 미국을 더 괴롭힐 것으로 중국 지도부가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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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입장에서 인접한 나라가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절대 환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동맹국으로 볼 수 있는 거의 몇 안 되는 나라다. 북한 외엔 러시아와 파키스탄 정도가 사실상 동맹국으로 분류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나토를 포함해 총 7개의 집단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만 한국과 일본, 필리핀, 태국, 호주, 뉴질랜드와 군사 동맹을 맺고 있고 싱가포르, 대만, 몽골 등과 전략적 안보협력 관계다. 뒷마당인 러시아를 빼고 중국의 3면을 미국의 동맹국들이 포위한 형국이다.

미·중이 과거처럼 협력적 성격의 관계였을 땐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첨예한 경쟁을 벌이는 시점엔 북한을 확실히 옹호해 중국 중심의 동맹에 적극 동참시켜야 한다. 핵 개발은 그보다 사소한 문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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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처한 문제는 북한과의 동맹으로부터 실질적으로 얻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북한은 가진 것이라곤 핵무기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 북한에 대한 제재에 동참해 북한의 생존을 위협한다면 중국으로선 순망치한의 상황밖에 얻을 것이 없다. 이런 위험한 이웃 불량국가를 몇 안되는 동맹국으로 감싸 안아야 하는 것이 중국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이다.

글 이충형 전 중앙일보 기자(국제학 박사)
정리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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