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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스' 피싱범 김무열 "어머니도 날 사칭한 톡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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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스'는 상상 이상으로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실체를 드러낸다. 가운데 흰 옷차림이 김무열이 연기한 곽프로다. [사진 CJ ENM]

영화 '보이스'는 상상 이상으로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실체를 드러낸다. 가운데 흰 옷차림이 김무열이 연기한 곽프로다. [사진 CJ ENM]

“보이스피싱하고 나서 피해자한테 전화해서 ‘돈 잘 쓰겠다’고 얘기하는 장면은 실제 피해 사례가 기반이었죠. 실제 그런 놈들이 있더군요.”
범죄 영화 ‘보이스’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악랄한 에이스가 된 배우 김무열(39)의 말이다. 15일 개봉해 올추석 극장가 흥행 1위에 오른 '보이스'의 22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72만. “영화를 보니 정말 조직화한 기업형이더라” “보이스피싱에 왜 낚이는지 이해가 된다” 등 극 중 설득력 있게 묘사해낸 가해 수법이 관객들의 공분을 사며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추석 흥행 1위 '보이스' 누적관객 72만 #보이스피싱 기획자 김무열 악역 호평 #"보이스피싱은 공감이다…그 악랄함 #공감대 형성이 죽어도 안 됐죠"

특히 김무열의 악역에 대한 호평이 많다. 그가 맡은 ‘곽프로’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물색해 하루 수백억 원어치 사기 대본을 짜는 기획실 총책. 전직 형사 서준(변요한)이 중국 본거지까지 쳐들어가게 하는 파렴치한이 바로 그다.

“어머니한테도 저를 사칭한 톡 왔었죠”

영화 '보이스' 주연 배우 김무열을 1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CJ ENM]

영화 '보이스' 주연 배우 김무열을 1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CJ ENM]

개봉 전 화상 인터뷰로 만난 김무열은 “저희 어머니한테도 저를 사칭한 (스미싱) 톡이 왔었다.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제 정보가 빠져나갔다는 게 소름 돋고 이 범죄가 살갗에 와 닿았다”면서 “‘보이스피싱은 공감이다’라는 곽프로 대사가 피해자들의 입장을 정확히 이용해 그 빈틈을 파고드는 이 범죄의 끔찍함을 함축한다”고 했다. “그 악랄함, 극악무도함을 이해하고 연기해야 했는데 공감대 형성이 죽어도 안 됐다”고 털어놨다.

극 중 가장 소름 끼쳤던보이스피싱 범죄는.  

“‘취업준비생들의 절박한 심정까지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게 정말 끔찍했다.”

“구라의 기본은 팩트…프로의식 신경 썼죠”  

인상적인 대사가 많은데.

“대본을 기반으로 애드리브가 들어갔다. ‘지옥 맛 좀 보여주자’나 니체 인용 등은 대사하기가 쉽지 않아 감독님과 상의해 의도를 담되 일상 어투로 바꿨다. ‘구라의 기본은 팩트체크다’ 같은 대사도 ‘저렴한’ 캐릭터를 살리고자 좀 더 격이 있던 단어에서 변화를 줬다.”

12년 전 영화 데뷔작 ‘작전’에선 비열한 증권 브로커가 되어 주식 사기판에 가담한 그다. ‘보이스’의 곽프로도 금융계에서 잘 나가다 나쁜 길로 빠져 밑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설정이다.

“나름 프로의식이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보이스피싱 본거지가 숙소도 같이 있는 시설인데 곽프로는 본인의 직책, 영향력을 의식해서 갖춰 입은 듯한 느낌이죠. 위에는 멀쩡하게 입고 머리까지 세팅하고 나왔는데 신발은 맨발에 슬리퍼 신고 다니고. 그러면서도 전화로는 전문가같이 그럴싸하게 연기하면서 사기 친다는 콘셉트를 잡았죠.”

‘죽이고 싶다’ 욕먹는 악역 연기의 맛

그는 “명확히 밝힐 순 없지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분개할 수 있는 절대적인 적을 롤모델로 삼았다. 그에 대한 분노를 연기에 이용하기도 했다”고 했다. 상대역 변요한은 “김무열 형은 곽프로에 빙의된 것 같았다”고 했다. 김무열은 악역 연기에 대해 “욕먹는 재미가 있다”며 “현장에서 상대 배우나 감독님한테 ‘아 정말 죽이고 싶다’ 이런 얘기 들었을 때”를 그 재미의 순간으로 꼽았다.

'보이스'에서 김무열(오른쪽)은 곽프로의 의상과 헤어에도 신경 썼다. 똑똑해 보이면서도 조직 상부다운 편한 모습 뒤에 냉혈한의 얼굴이 감춰져 있다. [사진 CJ ENM]

'보이스'에서 김무열(오른쪽)은 곽프로의 의상과 헤어에도 신경 썼다. 똑똑해 보이면서도 조직 상부다운 편한 모습 뒤에 냉혈한의 얼굴이 감춰져 있다. [사진 CJ ENM]

보이스피싱은 그 실체가 수사로도 다 드러나지 않아 상상에 의지한 부분도 많았다고. “미지의 영역이라는 게 반대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감독님과 촬영 직전까지 대본 작업을 가장 많이 한 영화다. 현장에 가서도 새롭게 떠오른 아이디어를 많이 받아주셨다. 쉽지 않았지만 뭔가 해낸 것 같은 성취감을 느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지난 작품들을 잘 보지 않는다고 했다. “스스로 잣대가 엄격한 사람이어서 과오를 들추는 느낌이랄까, 부족한 모습들만 계속 보인다”면서다. “아주 가끔 저땐 좀 잘했네. 이런 것도 있긴 해요.” 그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늘 “독립영화 같은 새로운 이야기를 선호해왔다”는 그는 장르에 있어선 “잡식성”이라 했다.

배우는 기술직…도자기 굽는 마음으로 연기 

지난해 코미디 ‘정직한 후보’부터 스릴러 ‘침입자’, 올 들어선 SF ‘승리호’ 등 쉬지 않고 다작한 터. ‘악인전’ 이원태 감독과 다시 뭉친 ‘대외비: 권력의 탄생’(가제)도 개봉 대기 중이다.

“배우는 기술직이죠. 기술은 갈고 닦지 않으면 손도 굳고 녹스는 것 같아요. 관객을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직업이죠. 매번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도자기 굽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김무열은 다작의 이유를 "배우는 기술직이어서 갈고 닦지 않으면 녹슨다"고 말했다. [사진 CJ ENM]

김무열은 다작의 이유를 "배우는 기술직이어서 갈고 닦지 않으면 녹슨다"고 말했다.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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