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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 V7·눕 V8'도 없어서 못 판다…짝퉁 롤렉스의 황당 진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짝퉁 롤렉스, 별도 브랜드로 진화 

'눕'으로 불리는 짝퉁 롤렉스. 독자제공

'눕'으로 불리는 짝퉁 롤렉스. 독자제공

최근 대구지법은 '짝퉁' 롤렉스 시계를 진품 시계인 것처럼 속여 전당포에 맡긴 뒤 다섯 차례에 걸쳐 24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30대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늘 맡겨진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살피는 전당포 주인이 속을 만큼 진짜 같은 짝퉁 롤렉스를 범행에 이용했다.

롤렉스를 사기 위해 대기중인 시민들. 뉴스1

롤렉스를 사기 위해 대기중인 시민들. 뉴스1

스위스 시계 브랜드인 '롤렉스'는 돈을 들고, 매장을 찾아가도 원하는 시계를 구매할 수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장 앞에 구매 행렬을 만들고, 인기 디자인은 중고 시계가 새 시계보다 더 비싸게 거래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짝퉁 시계 하면 롤렉스를 먼저 떠올리기도 한다.

이태원 뒷골목 등에서 A급·B급, 홍콩제라며 팔던 낮은 품질의 짝퉁 롤렉스가 진화하고 있다. 복제 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시대를 맞아 시계 정보 공유 등으로 레플리카(Replica·이하 랩)라고 불리는 진품과 구별 자체가 힘든 정교한 짝퉁이 등장해서다.

짝퉁 롤렉스의 유명 브랜드 등장

2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짝퉁 쇼핑몰 판매자와 명품 시계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에 따르면 짝퉁 롤렉스는 이제 '눕'이라는 정교한 짝퉁 롤렉스를 지칭하는 별도 브랜드까지 등장했다. '눕'은 짝퉁 명품을 만드는 공장 이름이다.

'눕 V7' '눕 V8' 같은 식으로 불린다. 눕 뒤에 붙은 V7, V8은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짝퉁 버전이라는 의미다. 버전이 높을수록 더 정교해진다. 진품을 눈앞에 놓고 1대 1로 베껴 짝퉁 롤렉스를 만들기 때문에 그냥 봐선 진품과 구별하기 어렵다는 게 판매자 등의 설명이다.

아예 진품과 같은 재질 또는 실제 진품 부품을 섞어 만든 짝퉁 롤렉스도 있다. 짝퉁 시계를 진품 시계 부품과 섞은 '프랭큰' 작업 시계로 부르는 정교한 짝퉁이다. 롤렉스 짝퉁에 진품 시계판 등을 이식해 개조한 시계다. 진품 부품이 일부 섞여 있어 일반인은 구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기형적인 짝퉁 롤렉스와 진품·가품 구별법 등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간단히 검색만 해도 여러건 검색된다. 아예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카페들까지 쉽게 찾을 수 있다. 진품 시계와 짝퉁 시계 사진을 나란히 올려놓고 비교하는 게시글이 보이고, 정교한 짝퉁 시계 구매처를 슬쩍 추천하는 글까지 찾아진다.

"단속 좀처럼 걸려들지 않아"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직원이 특S급 위조 명품 제작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직원이 특S급 위조 명품 제작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정부의 짝퉁 단속에는 좀처럼 걸려들진 않는다. 난해한 이름을 사용해 판매하고, 눈으로 봐선 구별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SNS상 존재하는 개인 쇼핑몰이나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카페, 해외 개인 직구 형태로만 거래되기 때문에 적발이 더 어렵다.

쇼핑몰 역시 중국 등 해외에 주소를 둔 곳이 대부분이다. 카카오톡으로 연락한 뒤 국내 은행으로 돈을 받고, 중국 등 해외에서 물건을 보내는 '게릴라식' 판매 방식도 단속을 더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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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 롤렉스를 구매해봤다는 30대 회사원은 "30~40만원 정도의 돈을 입금하면 중국에서 짝퉁 업자들이 국제 우편으로 보통 1대 1 제작된 짝퉁 시계 한 점을 보내준다"며 "눕 같은 유명 공장 제작 짝퉁 시계의 경우 그 짝퉁을 베낀 짝퉁. 즉 짝퉁에 짝퉁까지 오는 경우가 있을 만큼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홍일표 전 국회의원이 2019년 당시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8월까지 5년 동안 세관 당국에 적발된 짝퉁 물품 규모는 모두 1조8600억원에 달했다. 적발된 짝퉁 물품 가운데 89%(1조6500억원)는 중국에서 국내로 밀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짝퉁 롤렉스 같은 가짜 명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상표법 위반으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상표법 위반은 국격(國格) 훼손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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