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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세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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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경쟁사회에 지친 요즘 젊은이를 일컫는 신조어 중에 ‘N포세대’와 ‘무민세대’가 있다. ‘N포세대’는 낯익다. 3포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 5포세대(3포세대+내 집 마련+인간관계), 7포세대(5포세대+꿈+희망)보다 포기할 것이 더 많은 세대라는 뜻이다.

‘무민세대’는 한자 ‘없을 무(無)’와 ‘의미하다’를 뜻하는 영어 ‘민(mean)’의 합성어다. 남들이 보기에 다분히 무의미한 일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언뜻 보기엔 ‘N포세대’와 다를 것 없이 우울한 청춘으로 여겨지지만 속뜻은 전혀 다르다. ‘무민세대’는 무언가에 쫓기거나 타인의 시선에 상관없이 자신의 속도대로, 기준대로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길 원한다. 그래서 세상의 잣대와는 정반대로 무의미한 일에 관심을 갖고 즐거움을 추구한다. 돌·조개 모으기를 좋아하는 몽상가 캐릭터 ‘무민’(사진)처럼 말이다.

핀란드의 작가 토베 얀손이 창조한 스토리텔링 캐릭터 '무민'. 사진 무민 공식 홈페이지

핀란드의 작가 토베 얀손이 창조한 스토리텔링 캐릭터 '무민'. 사진 무민 공식 홈페이지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무의미한 일은 아무것도 안 하기, 일명 ‘멍 때리기’다. 모든 삶의 순간에 강조의 따옴표(‘ ’)를 넣기보다 쉼표(,)를 선택한 이런 태도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낸 정희재씨는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의미 있는 것들, 다리에 힘이 풀릴 만큼 격정적인 순간만이 인생의 정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일상을 심플하게』의 저자 마스노 슌묘는 “현대인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바쁘다’는 항상 뭔가에 쫓기고 있는 듯한 강박적인 감각일 뿐”이라며 “하루에 10분 만이라도 아무것도 안 하면서 불필요한 것을 떨쳐내고 마음의 풍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작 10분 안에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10분의 쉼만큼 우리 삶은 편안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