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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90) 애기메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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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애기메꽃
홍성란(1958∼)

한때 세상은
날 위해 도는 줄 알았지

날 위해 돌돌 감아오르는 줄 알았지

들길에
쪼그려 앉은 분홍 치마 계집애
-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아름다움에는 이유가 없다

참으로 예쁜 시조다. 들길에 애기메꽃 한 송이 피어 있다. 마치 분홍 치마를 입은 채 쪼그려 앉은 작은 계집애 같다. 세상이 자기를 위해 도는 줄 알았던, 줄기도 자기를 위해 돌돌 감아오르는 줄 알았던……. 그것은 어쩌면 시인의 자화상이며, 우리 모두가 유년의 한때 가졌던 자기애의 세계와도 같다.

아기메꽃은 잎이 삼각형이고 꽃이 작으며 앙증맞다. 6월에서 8월에 연한 붉은 꽃이 피는 쌍떡잎 식물 통화식물목 메꽃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뇨를 돕고 고혈압과 월경불순에 효험이 있어 한방에 널리 쓰인다.

홍성란 시인은 유심시조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시조 보급에 힘쓰고 있다. 홍 시인의 시조에 대해 조오현 스님과 김학성 교수는 황진이의 시조에 비기며 재능을 칭찬했다. 이숭원 교수는 “천재는 항상 그 시대의 배경과 특성 가운데 탄생하고 명멸한다”고 했다.

‘후회로구나/그냥 널 보내놓고는/후회로구나//명자꽃 혼자 벙글어/촉촉이 젖은 눈//다시는 오지 않을 밤/보내놓고는/후회로구나’(명자꽃). 아름답지 아니한가? 아름다움에는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