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케냐 빈민가의 고령층 여성들 사이에서 때아닌 '태권도 열풍'이 불고 있다. 성폭행범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태권도를 수련하는 것이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케냐 수도 나이로비 코로고초 빈민가에서 60세 넘는 노년층 여성들이 성폭행범에 맞서기 위해 매주 목요일 오후 태권도 방어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수련회에는 자신의 나이가 110세 전후라고 주장하는 여성 윔부이 은조루지도 참여하고 있다.
태권도 수련회를 이끄는 제인 와이타게니 키마루(60) 수석 트레이너는 "수업에 늦게 도착하면 윗몸 일으키기와 팔벌려뛰기 등과 같은 벌칙을 받을 정도로 진지하다"고 밝혔다.
코로고초와 같은 빈민가는 과부와 미혼모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라 특히 성범죄에 취약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뒤 성범죄가 심해졌는데, 케냐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전국적으로 최소 5000건의 성폭력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힌 바 있다.
범인들은 피해자와 가까운 사이인 경우가 많고, 피해자는 성폭행을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 신고조차 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한다.
특히 최근엔 나이든 여성들이 성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 태권도 수련회 회원인 앤 와이테라(76·여)는 "나이 든 여성들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걸리지 않았다는 믿음 때문에 성폭행 표적이 되는 것 같다"며 "나도 여러 차례 성폭행 시도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태권도 훈련에 합류했다. 나를 방어하는 방법과 가해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데 정말 도움이 되었다"며 "이제는 큰 소리로 '안 돼! 안돼! 안돼!'라고 외치는 방법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수련생 에스더 왐부이무레이티(72·여)는 "어느 날 나를 강간하려는 지인에게 공격을 받았지만 방어할 능력이 없었다"며 "지금처럼 훈련을 잘 받았다면 손가락으로 그의 눈을 찌르고 신체 중요 부위를 발로 찬 뒤 인근 파출소에 신고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