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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코로나 실험실유출설..다시 주목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첨단 실험실에서 세계적인 박쥐바이러스 전문가 스정리 박사가 연구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뉴스1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첨단 실험실에서 세계적인 박쥐바이러스 전문가 스정리 박사가 연구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뉴스1

 우한연구소, 괴물 바이러스 연구계획

 코로나 '실험실유출설' 부합하는 방증

1. 아직 코로나의 출발점은 오리무중입니다. 진원을 찾는 것은 코로나와 앞으로 잦아질 팬데믹 대응에 매우 중요합니다. 세계는 여전히 중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발생의 출발점이니까요.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연구하다 유출한 것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또 추가됐습니다.

2. 영국 텔레그라프는 21일 주목할만한 특종을 했습니다.
세계과학자들이 코로나 진원지 추적을 위해 만든 인터넷조사팀 ‘드래스틱(Drastic)’이 우한연구소 관련 문서를 공개했습니다. 우한연구소 과학자들이 코로나 발생 18개월전 인체에 치명적인 ‘키메라 스파이크 단백질’을 포함한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려고 했다는 겁니다.

3. 우한연구소를 지원해온 미국 과학자 피터 다작(에코헬스 얼라이언스 대표)이 이런 계획서를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 제출하면서 연구비지원(160억원)을 요청했습니다.
영국출신 동물학자인 다작은 이전부터 우한연구소의 바이러스 연구를 위한 지원금을 미국 각 기관에서 후원받아온 친중인사입니다. 중국은 다양한 바이러스를 보유한 나라로 연구도 활발했기에..전세계 보건증진 차원에서 미국이 지원해왔습니다.

4. 이번의 경우 DARPA는 연구지원을 거절했습니다. 너무 위험했으니까요.
바이러스의 특정기능(인체침투)을 강화하는 ‘기능강화(Gain of Function)’실험은 위험해 세계적으로 금지돼있습니다. 물론 우한연구소는  기능강화를 통해 백신을 개발하려고 했습니다. 좋은 취지입니다. 그러나 그런 기능강화를 통해 진짜 괴물(키메라)을 만들어냈다가 외부로 유출되면 엄청난 재앙(팬데믹)이 될 수 있습니다.

5. 코로나바이러스가 바로 이런 경우와 유사합니다.
텔레그라프 보도는 ‘미국 DARPA가 연구지원을 거부했지만..우한연구소는 다른 연구지원을 받아 코로나바이러스를 개발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강한 전염력을 가진 것은 스파이크 단백질 내 ‘퓨린 단절 부위’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한연구소가 계획한 실험이 바로 ‘퓨린 단절 부위’를 만드는 것이었답니다.

6. 텔레그라프 보도가 결정적일 수는 없습니다만.. 그간 여러 정황과 부합하기에 세계가 주목하는 겁니다. 정황이란..
코로나바이러스가 2003년 사스처럼 중국 남부 윈난성 동굴박쥐 바이러스에서 비롯됐는데..왜 수천Km 떨어진 우한에서 처음 발생했나?
바이러스가 이동했다면 윈난과 우한 사이 어느 곳에서든 비슷한 사례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 그런데 동굴박쥐 바이러스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곳은 우한연구소다. 결국 우한연구소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출발한 것이다..는 추정입니다.

7. 문제는..인류의 보건을 책임지는 WHO(세계보건기구)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WHO가 2020년 8월부터 2021년 3월에 걸쳐 코로나 진원에 대한 조사를 했지만..전혀 믿질 않습니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할 WHO가 중국의 손안에서 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원지로 의심받고 있는 우한연구소에 대한 조사를 중국정부가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8. 중국은 2003년 사스 당시 WHO의 강한 비난에 체면을 구겼습니다. 이후 중국은 WHO에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줄기찬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2006년 홍콩출신 마가렛 챈 박사를 WHO 사무총장에 앉힐 수 있었습니다. 중국이 WHO 회원국인 아프리카 국가들의 표를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제3세계 외교와 일대일로 전략에 따라 아프리카 국가들을 관리해온 덕분입니다.

9. 챈 후임이 현재의 테드로스 총장입니다.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 손 잡고 중국과 가까운 에디오피아 외교장관 출신을 앉혔습니다.
테드로스는 코로나 초기 중국 입장만 대변했습니다. 2019년 12월31일 대만에서 중국 미디어 분석결과 팬데믹 가능성을 알렸지만 무시했습니다. ‘사람간 감염 안된다’‘여행규제 필요없다’는 중국측 발표만 되풀이 했습니다.
결정적인 초기대응을 놓치는 바람에 코로나가 인재에 의한 팬데믹이 됐습니다.

10. 테드로스의 더 큰 문제는..진원지 조사과정에서도 시종 중국편이란 점입니다.
진원지 조사 필요성에 대한 세계적 압박이 높아지자..조사팀을 꾸리는데 중국 요구에 따라 34명 전문가 중 17명을 중국인으로 임명합니다. 우한연구소에 가서는 2시간 동안 관계자 주장만 듣고, 구체적인 증거나 자료를 전혀 확보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발표한 것이 ‘실험실 유출 가능성은 매우 희박(extremely unlikely)’입니다. 대신 냉동식품에 묻어 ‘외국에서 들어왔을 가능성 있다(possible) ’입니다. 미국이 진원이란 얘기죠.

11. 테드로스는 중국의 후원을 받아 내년 재선에 도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중국은 테드로스 보고서에 근거해 ‘이젠 미국이 조사받아야할 차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4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은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을 둣합니다. WHO 관련해선 중국 헤게모니가 지배하는 세상을 살고 있나 봅니다.
〈칼럼니스트〉
2021.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