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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선거인단 선거 99.7% 친중 후보 당선…야권 당선자 단 1명 나와

중앙일보

입력

홍콩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선거인단 투표를 마친 후 개표를 시작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선거인단 투표를 마친 후 개표를 시작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원칙으로 내세우며 선거제를 개편한 이후 처음 실시한 홍콩 선거인단 선거에서 당선인의 99.7%를 친중 진영이 차지했다.

20일(현지시간) 홍콩 공영방송(RTHK)·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홍콩에서 진행된 선거인단 투표는 역대 최대인 9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5개 직군, 40개 분야로 구성된 1500명의 홍콩 선거인단 중 518석은 투표를 거치지 않고 내부 논의를 통해 선출되는 당연직이다. 나머지 자리(982석)는 선거를 통해 채워지는데, 분야별로 등록을 마친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간접 선거 방식으로 진행되며 별도의 자격심사위원회 심사를 통과해야만 출마할 수 있다.

이번 선거의 후보 등록 마감 결과 40개 분야 가운데 사회복지·노동·교육·의료 등 13개 분야에서만 선출 자리보다 등록 후보의 수가 많았다. 나머지 27개 분야에서는 선출직 자리와 후보의 수가 일치하거나 오히려 등록 후보의 수가 적게 나왔다. 친중 진영에서 후보자를 사전에 조율하고 자격심사위원회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은 야권 후보들이 출마를 포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이번 선거는 13개 분야에서 412명의 후보가 364석을 놓고 경쟁하는 '작은 선거'로 치러졌다. 후보 중에서 야권 인사는 사회복지 분야에 출마한 2명이 전부였는데, 투표결과 선출된 야권 후보는 단 1명으로 나타났다.

차기 선거에서도 야권 인사들이 설 자리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인단은 입법회(의회) 의원 40명을 선정하고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기 때문이다. 홍콩은 오는 12월에 입법회 선거를, 내년 3월에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SCMP는 22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후보의 전문성보다는 애국심과 정치적 배경을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정치 분석가 데릭 연은 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관심을 가지는 상황에서 선거인단 구성원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확고한 애국자로서 이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홍콩 선거제 개편 이후 처음 치러진 선거이자 행정장관 선출과 입법회 선거 후보자의 공천 같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 선거인단을 뽑는 것으로, 중국 정부는 선거인단 구성에 어떤 문제도 없도록 확실히 해야 했다"고 말했다.

선전대 홍콩·마카오 기본법연구센터 쑹시오충 교수도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의 전문성보다 애국심과 정치적 배경이 유권자들의 판단에 중요한 근거가 됐다"며 "이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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