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기도전 "사와"…황금종려·황금사자 다 고른 '매의 눈'

중앙일보

입력 2021.09.22 14:37

업데이트 2021.09.22 14:46

왼쪽부터 왓챠 콘텐츠수급팀 전혜린 팀장, 이유승 매니저, 전은재 매니저. 사진 왓챠

왼쪽부터 왓챠 콘텐츠수급팀 전혜린 팀장, 이유승 매니저, 전은재 매니저. 사진 왓챠

“황금종려상은 예상 못 하고 그냥 자 버렸는데, 다음날 사내 메신저에 불날 정도로 축하가 쏟아졌더라고요”

왓챠 콘텐츠수급팀 인터뷰
'티탄''아네트''레벤느망'등
수상 전 수입배급권 확보
올 가을 연이어 극장 개봉

지난 7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티탄’을 수입‧배급하는 ‘왓챠’의 전혜린 팀장의 말이다. 국내 OTT 서비스 왓챠는 '티탄'과 칸 감독상 ‘아네트’, 이달초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레벤느망’ 등 올해 주요 영화제 최고상 수상작의 국내 수입‧배급권을 연이어 확보해 눈길을 끌었다. 상을 받기도 전에 이를 골라낸 콘텐츠수급팀 전혜린(36) 팀장, 이유승(39) 매니저, 전은재(36) 매니저를 추석 연휴 전 왓챠 사옥에서 만났다.

'티탄', "장르물 매니어가 '꼭 가져와야' 강력 추천"

7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티탄' 스틸컷. 사진 왓챠

7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티탄' 스틸컷. 사진 왓챠

‘티탄’은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공포영화로, 사고로 머리에 티타늄 조각이 박힌 소녀의 이야기다. 전혜린 팀장은 “지난해 말 스크립트를 봤을 때부터 재미있었고, 팬덤이 강한 감독이라 얼마나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낼지 기대감이 컸다”며 “사내 리뷰 뒤, 장르물 매니어인 다른 팀장이 ‘이거 꼭 가져와야 해요’라고 강력하게 어필한 것도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아네트' 3년전부터 눈독 "경쟁 치열해지기 전에 결단!"

74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아네트' 스틸컷.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74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아네트' 스틸컷.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아네트’는 이유승 매니저가 2018년부터 눈독 들였던 작품. 그는 “레오 까락스 감독의 엄청난 작품이 나올 것이란 얘기가 마켓에 퍼졌었고, 스크립트를 봤을 때 이미 재밌었다”며 “이 스크립트를 음악과 영상으로 잘 살려낼지 촬영본까지 봐야 할 것 같아 그때 사지는 못했었다”고 돌이켰다.
이후 제작이 몇 년간 미뤄졌고, 올해에야 완성작이 나왔다. 이 매니저는 “칸 개막작으로 알려졌을 때, 작품 공개 뒤에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아 영화제 직전에 ‘사오자!’ 결정을 내렸다”며 “사내 리뷰도 5월 공개된 오프닝 곡(So may we start)과 7월 공개된 트레일러, 주연(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감독(레오 까락스)만 놓고 진행했는데, 보기 드문 만장일치 찬성이 나왔다”고 전했다.

74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아네트' 스틸컷.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74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아네트' 스틸컷.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아네트'는 거의 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뤄진 영화다. 이 매니저는 “음악만 들어도 장면이 그대로 그려지는 영화, 한 편의 엄청난 공연을 보는 느낌”이라며 “오프닝 곡을 듣고 대중적으로도 먹히겠구나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
'아네트'는 '티탄'과 함께 다음 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최초 공개되고, 레오 까락스 감독도 내한한다. OTT 공개만 아니라 '아네트'는 10월 27일, '티탄'은 11월 중순 극장 개봉할 예정이다.

올초 찜한 '레벤느망', "왓챠 말고는 아무도 사지 않았을 것"

제 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차지한 '레벤느망(L’Evenement)' 스틸컷. ⓒ 2021 RECTANGLE PRODUCTIONS - FRANCE 3 CINEMA - WILD BUNCH - SRAB FILMS.

제 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차지한 '레벤느망(L’Evenement)' 스틸컷. ⓒ 2021 RECTANGLE PRODUCTIONS - FRANCE 3 CINEMA - WILD BUNCH - SRAB FILMS.

‘레벤느망’도 전 팀장이 올 2월 베를린 필름마켓에서 ‘픽’ 해왔다. 그는 “영화 배경이 60년 전인데도 공감 포인트가 많았고, 시의성 있는 소재인 ‘낙태권’을 다루고 있어 극장 개봉도 가능해 보였다”며 “감독·배우 인지도가 낮아서 한국 바이어들 사이 경쟁이 거의 없었고, ‘왓챠가 아니면 아무도 사지 않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연구원, 영화관 거쳐...'취향 뚜렷한 작은 조직' 택했다

전 팀장은 경제학을 전공하고 연구원으로 유학생활을 하다 2017년 왓챠에 입사했다. 이유승, 전은재 매니저는 각각 영화관, 수입배급사를 거쳐 올해 왓챠에 합류했다. 이들은 "극장개봉 이후 꾸준히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서"(전은재) "작품을 오픈한 뒤 피드백이 빠르고 사내 소통이 활발해서"(전혜린) "개인화 추천과 길게 갈 수 있는 작품을 수급할 수 있어서"(이유승) 왓챠를 택했다고 했다.

조직은 작아도 구성원들 취향이 확실하고, 의사소통이 활발한 것도 강점으로 꼽았다. 전은재 매니저는 "전 직원이 쓰는 메신저에 새 콘텐트, 새 아이디어를 누구나 올릴 수 있는 메뉴가 있다"며 "각자 자기 취향의 작품을 알려주면서 '이거 가져올 수 있을까?' 제안하기도 하고, 수급팀에서 작품 설명을 올린 뒤 직원들 반응을 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 팀장은 “올해 작품을 잘 고른 건 99%는 운, 1%는 왓챠 내 리뷰단, 데이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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