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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파업 위기 넘긴 HMM, 운송량·수익 모두 새 역사

중앙일보

입력

사상 첫 파업 위기를 넘긴 HMM(옛 현대상선)이 실적과 운송량 모두에서 회사의 새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HMM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2만4000TEU(약 6m 길이의 컨테이너 2만4000개 분량)급 선박 12척의 누적 운송량이 총 100만TEU를 넘어섰다고 22일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 유럽노선에 투입된 동급 1호선 HMM 알헤시라스(Algeciras)호를 시작으로 1년 5개월 만이다.

지난 3일 부산신항에서 떠난 2만4000TEU급 컨테이너 5호선인 HMM 그단스크(Gdansk)호가 21일 중국 옌텐항에서 만선으로 출항하면서 동급 컨테이너선의 누적 운송량은 총 101만5563TEU를 기록했다. 운송된 컨테이너를 일렬로 놓으면 길이가 약 6100㎞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을 10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화물을 선적하는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그단스크호. [사진 HMM]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화물을 선적하는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그단스크호. [사진 HMM]

컨테이너 연결하면 서울∼부산 10회 왕복  

HMM 소속 12척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지금까지 52항차 중 50항차를 만선으로 출항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나머지 2항차는 99%를 선적했고, 유럽·미국에서 되돌아오는 물량까지 포함하면 총 97항차를 운영해 누적 운송량은 총 186만1633TEU에 달한다. 동급 1호선인 알헤시라스호는 지난해 4월 첫 출항 때 1만9632TEU를 선적해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데뷔했다.

HMM은 정부 지원을 받아 건조한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과 1만6000TEU급 8척 등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유럽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이들 선박이 현재까지 실어 나른 물동량은 총 115항차 210만4218TEU다. 컨테이너를 나열하면 지구의 지름(약 1만2700㎞)에 달한다. HMM 관계자는 “초대형선 비율은 약 50%로 글로벌 선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추가로 발주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이 2024년 상반기까지 모두 투입되면 선복량은 100TEU(메가 캐리어)를 넘어서게 된다. HMM의 선복량은 2016년 해운 위기 당시 40만TEU에서 현재 82만TEU로 두 배 이상이 됐다. 배재훈 HMM 대표는 “선박 발주부터 운항까지 정부와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지원과 임직원의 노력이 있어 이와 같은 성과의 달성이 가능했다”며 “세계 곳곳으로 국적 기업 수출입 화물의 차질 없는 운송과 대한민국 해운 재건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현대부산신항만(HPNT)에 정박해 있는 알헤시라스호. HMM의 첫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이다. [뉴스1]

지난해 4월 현대부산신항만(HPNT)에 정박해 있는 알헤시라스호. HMM의 첫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이다. [뉴스1]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 갱신  

실적 역시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지난해 10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더니 올 1분기에 1조193억원, 2분기에 1조3889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실적을 연달아 갱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결과적으로 물동량을 증가로 이어지면서 호황을 누리게 됐다.

컨테이너 해상 운송료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7일 기준 4622.51포인트로 전주 대비 54.35포인트 올라 19주 연속 사상 최대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이 때문에 HMM이 3분기에도 영업실적 수치를 새로 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 3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는 영업이익 1조818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56%, 매출은 3조4161억원으로 9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주 서안 롱비치와 LA항에서 장기 적체 컨테이너 박스의 비중이 27%까지 치솟으며 물류 대란이 다시 심각해지고 있다”며 “물동량 증가와 적체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운임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추이. [자료 상하이해운거래소]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추이. [자료 상하이해운거래소]

“코로나19 지나면 수익성 굉장히 낮아질 수”  

지난 2일 회사 설립 후 첫 파업 위기를 넘기고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도 올 하반기 실적 경신을 가능케 하는 요소로 여겨진다. 노사는 올해 임금 7.9% 인상, 격려·장려금 650%를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안에 최종 서명하면서 향후 노사가 함께 임금 조정을 논의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최대주주이자 수년간 투입된 공적자금을 더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KDB산업은행의 관계자도 “HMM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발전적 노사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쟁하고 있는 해외 글로벌 선사와 중장기적 대결을 더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직원들의 노력도 있었겠으나 그보단 대규모 정책적 지원과 코로나19에 기반을 둔 시황 개선 등 우호적 환경이 있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며 “내년과 내후년 시황이 정상화하면 해운 운임이 낮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HMM의 수익성도 굉장히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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