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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4·15 선거 비정상적 투표용지 상당수…선관위 해명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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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 2차 컷오프를 앞두고 ‘부정선거 의혹’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2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경의선숲길 부근에서 임신중절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시위 참여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태아는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2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경의선숲길 부근에서 임신중절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시위 참여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태아는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5일 국민의힘 1차 경선을 통과한 8명의 예비후보는 다음달 8일 2차 컷오프를 통해 4명으로 추려진다. 네 자리 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이 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4위 자리를 놓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 최재형 전 감사원장, 하태경 의원,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후보가 경쟁하는 양상이다. 각각 1~2% 지지율을 얻고 있는 이들을 두고 당 안팎에서도 “네 번째는 누가 될지 모르겠다”(16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 가운데 그동안 보수 진영에서 일종의 금기로 여겨온 지난해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이 4위 싸움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최재형 전 원장이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4·15 선거 사전투표 검증에서 나타난 비정상적 투표용지들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납득할 만한 해명을 촉구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최 전 원장은 해당 글에서 “일부 선거구 선거소송 검증 과정에서 비정상적 투표용지가 상당수 발견돼 무효처리 됐다”며 “여러차례 선거관리 업무를 주관했던 저의 경험상 무효표는 대부분 기표자의 행위에 의해 발생한다. 그런데 이번 검증과정에서 무효 처리된 투표용지들은 기표자에 의한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해당 글에 “부실관리가 아닌 부정선거”라고 쓰며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지만 “드디어 부정선거에 대해 말씀하셨다”거나 “큰 일을 하셨다”는 식의 댓글이 달렸다. 일각에선 최 전 원장의 글이 일부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등에서 제기돼 온 “조직적 부정선거 의혹”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까지 나왔다.

그렇게 ‘부정선거 음모론을 옹호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 전 원장은 3시간여 만에 다시 페이스북 글을 통해 “대한민국의 선거 시스템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권은 선관위 수장에 과거 문재인 캠프에 일한 조해주씨(중앙선관위 상임위원)를 임명해 공정한 선거관리를 포기했다. 우파 진영의 분열을 가중시켰다”며 “내년 대선에선 더 이상 오해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하고 투명한 선거관리를 해달라”는 촉구도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최 전 원장의 이같은 주장이 2차 컷오프를 앞두고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차 컷오프가 당원투표 30%와 일반 여론조사 70%를 합산해 치러지는 만큼, 강경 보수 당원의 지지만 안정적으로 확보해도 4강에 안착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 중에선 출마선언에서부터 “4·15총선 무효”를 강하게 주장해 온 황교안 전 대표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캠프 해체 등 초강수를 둔 최 전 원장이 기독교·강경보수 색채가 겹치는 황 전 대표의 지지율을 흡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황교안 국민의힘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8월 18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청주간첩단의 21대 총선 부정선거 개입을 주장'하며 특검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황교안 국민의힘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8월 18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청주간첩단의 21대 총선 부정선거 개입을 주장'하며 특검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러 여론조사에서 최 전 원장과 황 전 대표는 전체 지지율보다 강경 보수층이 많은 70세 이상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곤 한다. 최 전 원장은 22일 오전 임신 중절(낙태)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기독교계를 향한 호소도 이어갔다.

그러나 당내에선 “부정선거 논란에 발을 담그는 건 자충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직적 개입에 대한 근거가 부실한 데다 대법원에서도 지난 6월 의혹이 제기된 선거구 재검표 결과 “조작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내 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원마저 “부정선거 실행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해당 의혹을 제기할수록 중도층 표심이 떠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부정선거 심판 같은 비과학적인 언어로 선거를 바라보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정권교체는 요원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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