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화산폭발 1만명 피난가는데…장관은 "멋진 쇼" 망언

중앙일보

입력 2021.09.22 13:49

업데이트 2021.09.23 16:05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라팔마섬에서 50년 만에 화산이 폭발해 1만명에 가까운 피난민이 발생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스페인 산업통상관광부 장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관광객들은 ‘멋진 쇼’를 보러 오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스페인 현지 언론인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레예스 마로토 산업통상관광부 장관은 전날 카날수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라팔마는 안전하다. 관광객들은 섬으로 가서 특이하고 멋진 쇼를 직접 보고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산업통상관광부 장관인 레예스 마로토 장관. 연합뉴스

스페인의 산업통상관광부 장관인 레예스 마로토 장관. 연합뉴스

19일 화산 폭발 시작…집 190채 파괴 

앞서 라팔마섬의 화산은 지난 19일 오후 3시15분 분화를 시작했다. 4개 지역에서 1만여 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하는 등 섬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화산재가 섞인 시뻘건 불기둥이 300~350m로 치솟으며 비행기 엔진 소리와 비슷한 굉음을 토해냈다. 거대한 강줄기를 이룬 용암이 최대 6m 높이의 산에서 흘러내려와 민가와 도로를 불태우면서 이동 중이다.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화산 폭발 모습과 도로나 집 수영장에 용암과 화산재가 쏟아져내려오는 모습이 공유되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연기하고 라팔마섬을 방문했다.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라팔마섬에서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라팔마섬에서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화산 폭발로 190채의 가옥이 파괴됐다. 인명피해는 보고된 바 없다. 용암은 현재 인구밀도가 높은 해안 마을로 이동하고 있어 관리 당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긴급구조대가 급파돼 주민의 대피를 돕고 있다. 엘페소시의 공무원 페르난도 디아즈는 “사람들이 가진 것을 모두 잃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비극적”이라고 말했다.

라팔마섬에서 화산이 분화하면서 연기와 화산재, 불꽃이 터지고 있다 연합뉴스

라팔마섬에서 화산이 분화하면서 연기와 화산재, 불꽃이 터지고 있다 연합뉴스

피난민인 아나 과달루페 곤잘레스는 스페인 공영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집이 용암에 뒤덮일까 두려워 애완동물까지 두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며 “언제쯤 다시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피난민 로라는 “화산 폭발에 대한 경고 방송을 들었지만 대피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며 “많은 사람이 집과 사업체를 모두 잃었다. 이것은 재앙”이라고 했다.

장관 "멋진 쇼" 발언에 야당 "모든 것 잃은 순간" 반박 

이같은 상황에서 화산 폭발을 ‘멋진 쇼’라 표현한 마로토 장관의 발언은 즉각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인 인민당의 테에도로 가르시아 이게아 사무총장은 “수많은 시민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은 순간에 장관이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라며 장관의 발언을 비판했다.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라팔마섬 화산 폭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라팔마섬 화산 폭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BBC에 따르면 스페인 해양 당국은 용암이 바닷물과 만나게 되면 추가 폭발과 독성 가스 방출이 이어질 수 있다며 “구경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용암이 바닷물과 접촉하면 레이즈(laze)라고 하는 가스 기둥이 형성돼 염산 증기, 수증기, 재 조각을 형성한다며 “호흡기, 눈, 폐, 피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해당 지역에서 멀리 대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학저널리스트이자 화산학자인 로빈 조지 앤드류 박사는 BBC에 “용암이 바닷물에 들어가면 화산 잔해를 내뿜을 수 있는 ‘압력솥’같은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추가적인 화산 폭발도 가능하다”며 “라팔마 앞바다에 접근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라 팔마 섬에서 화산 분화로 주홍빛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라 팔마 섬에서 화산 분화로 주홍빛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화산섬들이 모인 카나리아제도에서는 지난 2011년 엘이에로섬에서 마지막 화산폭발이 있었는데, 당시 5개월간 폭발이 지속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라팔마섬의 화산 폭발 역시 얼마나 더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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