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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형식하자""아프간 보내자" 동료에 저주 퍼붓는 변호사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교대역에 설치된 '로톡' 광고판. 뉴스1

교대역에 설치된 '로톡' 광고판. 뉴스1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공터에서 화형식을 해야 할 것 같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보냅시다.”   

변호사법 제1조에 따라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들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변호사들이 썼을 것이라고 믿기지 않는 이 ‘막말’의 대상은 다름 아닌 동료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왜 동료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았을까.

법조인 최대 커뮤니티 ‘로이너스’에 로톡 비판 글

22일 법조인 커뮤니티 로이너스에 따르면 최근 해당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동료 변호사들을 거세게 비판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로이너스는 로스쿨 재학생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신분을 인증하고 이용하는 최대 규모의 온라인 법조인 커뮤니티다. 가입자 수는 1만8575명이다.

특히 로스쿨 출신 중 변호사 자격증을 인증한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로이너스플러스 게시판에는 온라인 법률플랫폼 ‘로톡(Law Talk)’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을 저격하는 비판 글이 줄을 이었다.

한 이용자는 익명으로 지난달 말 글을 올려 “여전히 로톡에 이름을 올린 변호사들은 경유증표 구매 불가능 조치를 해야 하지 않겠냐”며 로톡 활동 변호사들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유증표는 전자소송 등 각종 변호사 업무를 할 때 소속된 지방변호사회로부터 발급받아 소송 위임장에 붙이는 자료다.

눈살을 찌푸리는 비난도 눈에 띈다. 한 이용자는 “로톡 변호사들을 아프간으로 파병 보내자”고 글을 올렸다. 이 글이 올라온 8월 말부터 아프간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으로부터 재장악돼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또 “로톡 변호사들이 얼굴과 사진을 다 공개하고 활동하니 특단의 충격 요법으로 과천 법무부 공터에서 화형식 해야 할 것 같다”는 과격한 글도 있었다.

“로톡 사용 변호사들 전부 실제로 죽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글은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신고로 내용이 블라인드(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로이너스플러스 게시판 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로이너스플러스 게시판 글.

일부 변호사들은 이 글을 보고 “유치하다 못해 밖에서 이 글을 볼까 봐 무섭다”, “분란을 조장해 블라인드 드린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로이너스플러스 게시판을 이용하는 몇몇 변호사들은 최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000명이 탈퇴했다는 소식과 함께 여전히 로톡에서 활동 중인 400여명 남짓한 변호사들을 언급하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재학생들이 이용하는 자유게시판에도 지난 16일 현재 ‘로톡’을 검색하면 44개의 글이 나온다. 대부분 로톡과 로톡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뿐 아니라 로톡이 합법이라고 공식 발표한 정부와 사법부까지 비판하는 내용이다.

로스쿨 변호사·재학생들 갈라놓은 ‘로톡’ 뭐길래

로톡은 법률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좋은 변호사와 법률 상담’을 내세워 야심 차게 법률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로톡의 영업 방식을 문제 삼고 나서면서 본격적인 갈등에 불이 붙었다. 로톡이 변호사들로부터 광고료를 받고 특정 변호사의 온라인 광고를 실어주거나 대가를 받고 소비자와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행위가 변호사법 34조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 뉴스1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 뉴스1

변호사법 34조는 법률사건 수임에 관하여 이익을 받기로 약속하고 변호사를 소개·알선 또는 유인하는 행위,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이익을 분배받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변협은 또한 로톡 영업으로 인해 법률 서비스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법률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가능성도 우려했다. 이에 변호사들에게 로톡을 탈퇴하지 않으면 징계를 내리겠다는 초강수를 두며 로톡과 정면충돌했다.

법무부는 갈등이 격화하자 로톡이 단순 광고형 플랫폼에 해당하기 때문에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판단에도 변협과 로톡의 갈등은 잦아들지 않았다. 정부가 로톡이 법 위반이 아니라면서도 추가적인 조치는 내리지 않아 오히려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도 나왔다.

로톡과 변협의 갈등은 결국 로톡의 반발로 법정 공방으로 번지면서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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