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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멋져"…300억 시그니엘, 4억 페라리 영상에 열광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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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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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보면 좋은 거 많죠. 저희 벨맨(고객이 호텔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직책)한테 ‘지하 1층으로 내려 달라’ 하면 (엘리베이터) 대기를 시켜 주세요. 저희 남편보다 카카오톡 더 빠르게 답장해요.”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에 거주하는 한 유튜버의 ‘시그니엘 거주 후기’다. 시그니엘은 분양가가 최소 40억에서 최고 300억원 대에 달하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한 달 관리비만 400만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A 유튜버가 지난 8월 올린 이 영상은 현재까지 조회 수 30만 회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세에 힘입어서 A 유튜버는 지난 6일 ‘롯데 시그니엘 입주민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또 게시했다. 이 영상에서 A 유튜버는 시그니엘 레지던스에 거주하면 만날 수 있는 연예인이나 누릴 수 있는 편의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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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타는 데 1000만 원이에요. …(중략)… 어메니티(어떤 환경이나 장소에서 느끼는 쾌적함과 만족함을 주는 요소라는 뜻으로, 호텔에서 제공하는 편의용품)를 한 번 보여드릴게요. 어메니티가 불XX네요. 불XX 향수도 들어 있어요. 불XX 풀 세트에요.”

세계 3대 퍼스트 클래스로 꼽힌다는 에미레이트 항공의 퍼스트 클래스를 탑승해 본 B 유튜버의 영상 내용 중 일부다. B 유튜버가 지난 2019년 게시한 이 영상은 총 344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B 유튜버는 이 외에도 특급 호텔 숙박 후기, 고가 외제차량 구매 및 시승 후기, VIP 프라이빗 쇼핑 후기 등 이른바 ‘럭셔리 콘텐트’를 다수 올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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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812 슈퍼패스트 차량이에요. 세상에 둘도 없는 페라리 에르메스 에디션이 탄생했어요. 저는 플렉스(보통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때 사용되는 용어)를 할 때마다 페라리, 에르메스 플렉스했었는데 그거의 합체 버전이에요. 보는 순간 딱 제 스타일이어서 입양했어요.”

시가 4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페라리 차량을 구매했다는 C 유튜버가 지난 5월 게시한 영상의 일부다. 주로 이 유튜버는 ‘슈퍼카(스포츠카의 한 종류로 일반 스포츠카보다 성능 면에서 월등히 높고, 디자인 면에서도 희소성 있는 자동차를 가리키는 용어)’ 리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회 수 162만 회를 기록한 2018년 영상에서 C 유튜버는 “차 가격만 다 합해서 25억”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C 유튜버는 지난 2019년에는 ‘갤러리아 백화점 P-DAY 가서 10분 동안 1000만 원 썼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연 2회 압구정 본점에서 우수고객을 초대해 호텔 케이터링 서비스와 추가할인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여는데 보통 VIP 고객들만 참여할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인데…왜 ‘럭셔리 콘텐트’에 열광하나

억대의 고가 외제차량,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달하는 초호화 주거시설, 한 번 이용하는 데 1000만 원인 항공사 퍼스트클래스는 모두 많은 사람이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다.

하지만 이 ‘럭셔리 콘텐트’를 시청하는 네티즌들의 반응 가운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라는 것은 찾기 힘들다. 대다수가 “그냥 너무 부럽기만 하다.”는 반응이다. 네티즌들은 “비싼 차를 자연스럽게 리뷰하는 OOO님, 그냥 멋집니다” “너무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라, 질투도 안 나고 멋있기만 하다” “세상이 좋아졌다. 초가집 사는 천민이 누워서 양반집 구경을 다 해 본다” “이 영상을 보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졌다” “영상 보면서 힐링하고 대리 만족합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자기가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을 콘텐트를 통해 보기를 원한다. 경험할 수 있는 것은 굳이 따로 콘텐트를 통해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직접 경험할 수 없으니 간접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유튜브에서 이러한 ‘럭셔리 콘텐트’가 인기를 끄는 데 대해서는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간접 경험하기 위한 경로는 책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현장감 있는 영상 콘텐트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이러한 콘텐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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