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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조 리조트가 7100억에…'강원 연루' 입찰 담합 의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월 7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연합뉴스]

지난 2월 7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7100억원에 달하는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과정에서 담합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본격화했다. 지난 6월 KH그룹은 입찰을 통해 알펜시아리조트의 최종 낙찰자로 결정됐다. 매각자는 강원도다. 시민단체 등에서 강원도와 KH그룹 간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경찰과 함께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 7000억대 입찰 담합 조사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초 알펜시아리조트 낙찰사인 KH강원개발 등에 현장조사를 나가 입찰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 KH강원개발은 KH그룹의 자회사로, 입찰 참여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이다. 최근 공정위의 현장조사에는 강원경찰청 수사관들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현장조사에 수사기관이 함께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공정위 현장조사 동행은 경찰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기 전 조사 권한이 있는 공정위와 함께 나가 자료를 확인하고자 했다”며 “수사를 공조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룹 관련사 두 곳서 참여했나 

공정위는 알펜시아리조트 공개 입찰에 참여한 두 곳 업체가 모두 KH그룹의 관계사라는 의혹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협의를 통해 한 업체는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했다면 담합에 해당한다.

그룹 차원에서 두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단독 입찰로 인한 유찰을 막거나, 낙찰 가격을 낮췄는지를 공정위는 조사 중이다. 앞서 박천수 강원도 기획조정실장은 강원도의회에서 “KH 관련사 두 곳이 입찰에 참여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강원도 연루 의혹…경찰 수사  

심상화 강원도의회 의원(국민의힘)은 “공개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두 곳인데 사실상 한 회사일 뿐 아니라 사전에 도청과 협의를 했다는 의혹까지 있지만 관련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공정위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공정위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공정위는 KH강원개발의 입찰 과정에서 담합이 있었는지를 확인해 공정거래법 위반인지를 판단한다. 그러나 리조트를 매각하는 강원도 측과 사전에 입찰 가격과 방식 등을 협의했는지는 형법상 입찰방해 혐의와 관련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공정위 현장조사에 동행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은 입찰방해 혐의를 수사하고, 공정위는 입찰 담합 의혹을 조사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는 것이다.

1조6000억 리조트, 7100억 매각 

당초 약 1조6000억원을 들여 지어진 알펜시아리조트는 부채가 쌓이면서 수차례 매각을 시도했다. 최초 감정가는 1조원이었지만, 지난해 12월 첫 공개매각을 하면서 20% 깎은 8000억원에 공개입찰을 했고, 네 차례 입찰이 무산되면서 더 낮은 가격인 7100억원에 매각이 이뤄졌다.

강원도, 강원도개발공사, KH 강원개발주식회사는 6월 24일 도청 신관2층 소회의실에서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결과를 발표했다. 알펜시아리조트는 이날 7100억원에 낙찰됐다. 뉴스1

강원도, 강원도개발공사, KH 강원개발주식회사는 6월 24일 도청 신관2층 소회의실에서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결과를 발표했다. 알펜시아리조트는 이날 7100억원에 낙찰됐다. 뉴스1

시민단체 등에서는 “KH그룹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리조트를 인수한 데다 입찰이 불투명하게 이뤄졌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강원도와 KH그룹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다”라며 “강원도 차원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데 강원경찰청에서 최문순 강원지사까지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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