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밥뉴스

회원전용

"아이한테 버럭하게 돼요" 실수하는 부모를 위한 조언 [오밥뉴스]

중앙일보

입력 2021.09.22 06:00

업데이트 2021.09.28 17:12

오밥뉴스

오밥뉴스’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우리는 ‘충분히 좋은 부모’일까요. 오늘의 밥상머리 뉴스, 오밥뉴스에서는 엄마 마음을 읽어주는 상담사, 비대면 아동·부모상담 플랫폼 ‘그로잉맘’ 이다랑(37) 대표에게 충분히 좋은 육아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진짜 화낼 일이었을까” 내 마음 읽어보기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사진 그로잉맘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사진 그로잉맘

이 대표는 대학에서 아동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발달심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10여 년 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산하 아동발달센터와 청소년상담센터 등에서 상담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제 9살이 된 아이를 키우느라 경력 단절을 겪기도 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현장에서 느낀 실무경험, 실전육아를 병행할 때의 고충을 모두 버무려 지난 2019년『아이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습관』(길벗)을 펴냈다.

정신분석학자 위니콧(D. Winnicott)이 말한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를 좋은 육아의 표본으로 여기고 있는 이 대표. ‘충분히 좋은 엄마’란 아이에게 필요한 엄마는 헌신적으로 아이의 필요를 채우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물리적, 심리적으로 아이를 안아줄 환경을 제공하는 엄마면 된다는 이론이다.

그는 “부모가 완벽하지 않고 때때로 자신을 실망시킨다는 걸 깨달아야 아이는 외부세계로 나가 성장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며 “육아로 고민하는 모든 부모님들에게 ‘괜찮다’, ‘충분히 좋다’라는 걸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위로도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가시지 않은 무더위를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낭랑한 목소리로 그가 전화를 받았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많은 부모들이 실제 육아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뭘까요.
아무래도 정서적인 부분 같아요. 부모는 아이가 자신과 같은 수준으로 공감해주길 기대하거든요. 그런데 사실 신체발달이나 언어발달처럼 정서도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며 성장해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먼저 알아야 다른 아이에게 공감이나 양보라는 걸 할 수 있어요. 나의 욕구가 먼저 채워지는 걸 경험하고 나서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거고요. 저는 이 부분을 부모님들이 알아주셨으면 해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도 사실 단계적으로 자라고 있다, 아이도 성장하는 중이다, 라는 것을요. 그렇게 아이 마음에 관심을 갖다 보면 진짜 문제가 있을 경우에도 빨리 알아챌 수 있어요.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감정에 대해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다고 보세요.  
사실 부모들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감정이란 생각이 들어요. 상담실 사례들을 보면 부모 감정조절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으세요. 요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 부모들도 자랄 때 감정을 배울 수 있는 성장배경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돌아보면 ‘네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니’ 라고 물어봐주는 어른도 없었고, 감정에 대해 배운 기억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지금의 육아풍토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굉장히 풍부하고 감정조절을 잘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주변의 메시지를 많이 받아요. 나는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을 똑같이 만들어야 하는 것과 같아요. 되게 난감한 상황이라고 봐요. 부모들은 본인 감정도 모르겠는데 아이에게 감정을 읽어줘야 하고 공감해줘야 하니 막막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되게 뿌옇고 지저분한 거울로 뭔가를 비춰줘야 하는 상황이랄까. 그래서 저는 부모님들이 많이 배워야 하는 영역이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사진 그로잉맘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사진 그로잉맘

9살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하셨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뭘까요.  
막상 부모가 되니 걱정이 많아지더라고요. 저랑 아이는 기질이 많이 달라요. 저는 적극적이고 에너지가 많은 편인데 아이는 감수성도 예민하고 처음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되게 높아요.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시작할 때 신발을 신겼는데 신발을 신은 상태에서 한 걸음도 떼지 않고 울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걸 보는 순간, ‘아, 이 아이는 굉장히 감각적으로 예민하고 불안이 높은 아이구나’ 하고  인지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도 새 학기 되면 굉장히 걱정하고 그래요. 사실 엄마로서 그게 언제나 공감되고 이해되는 건 아니에요.  
엄마로서의 경험이 책에 많이 녹아 있어요.  
사실 다른 부모님들 고민도 비슷하시더라고요. ‘아이한테 버럭 하게 돼요, 감정이 폭발해요’ 라고 하시는데요. 사실 저는 이게 (어찌 보면) ‘기본 값’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간은 원래 그렇거든요. 화내고 짜증내고. 근데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내 감정을 잘 다루고 배워가는 방향으로 성장해나가야 하는 거지 처음부터 그런 엄마, 아빠일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저한테도 굉장히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고, 한계이고 그런 거 같아요. 아이에게 해줘야 하는 반응들을 저 역시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해요. 자동으로 이해가 되고 천사 같은 반응을 보이고 이런 건 아니니까요. 부모님들께 위로를 드리고 싶었어요.  
책에서 아이를 키울 때 엄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아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부모님이 자기 마음의 메커니즘(작동 원리)을 잘 모르면 양육에서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어요. 내가 세상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나의 육아의 특성을 좌지우지한다는 거예요. 지금 내 아이와 (심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운 건 아닌지, 나도 모르게 아이를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지금 육아에 영향을 주는 내 안에 있는 요인들에 대해 가볍게나마 한 번씩 생각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적 작동모델이란 용어도 나오던데, 무슨 뜻인가요.  
부모 역할을 편안하고 제대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부모 스스로 어떻게 타인과 관계 맺고 있는지 특성을 살펴봐야 해요. 그러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이 부모의 애착 유형이고요. 애착은 자기와 타인에 대한 정신적 표상, 일종의 틀을 만들게 되는데 이것을 내적 작동모델이라고 해요. 세상과 나 자신을 바라보는 틀이 너무 집착적이거나 너무 거부적일 때 자녀들의 육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만약 내적 작동모델이 잘 되지 않는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왜곡된 관점이 있다는 걸 같이 해석해주고, 깨달을 수 있게 좋은 질문을 내게 던져주는 전문가들 많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부모가 되면서 ‘더 좋은 내가 되고 싶다’ 이런 생각들을 하시잖아요. 아이가 우리에게 기회를 주는 거 같아요. 더 좋은 사람이 되라고. 그러니까 용기를 얻어서 도전할 수 있었으면 해요.
『아이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습관』(그로잉맘 이다랑 지음, 길벗)

『아이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습관』(그로잉맘 이다랑 지음, 길벗)

요즘 부모님들 많은 육아서적을 보지만,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거 참 어려운 일 같아요.  
육아서는 어디까지나 참고일 뿐이지 육아서대로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의 특성도 영향을 주고요. 다만 한 번쯤 부모가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멈춰서 생각하게 만드는 도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늘 화를 냈는데, 이게 진짜 내가 화낼 만한 일이었을까’, ‘아이의 발달과정은 아니었을까’. (책을 보며) 한 번쯤 멈추고 되새김질하는 도구가 됐으면 해요. 저는 부모가 실수는 하고 반성도 하는데 자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진정한 반성은 잘못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잘 복기해보는 거예요.  
좋은 부모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좋은 부모는 ‘편안하고 좋은 나’인 것 같아요. 어떤 기능이나 역할을 잘해서 부모가 아니라, 그냥 좋은 나에서 흘러나오는 것들이 있잖아요. 요즘 시대가 부모에게 기대하는 선이 되게 높잖아요. 특히 여성인 엄마에게 기대하는 선이 되게 가혹하다고 생각해요. 아빠들한테도 사실 그렇고요. 이런 게 반복되면서 젊은 세대들도 결혼하고 아기 낳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는 거 같아요. 편안하고 좋은 나로 사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를 좋아하고 존경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도 고군분투했을 부모님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  
개인적으로 정신분석학자 위니콧의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말을 제일 좋아해요. 도대체 얼마 만큼이면 충분히 좋다는 얘기냐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 충분하다는 얘기는 부모가 아이의 욕구를 다 못 채워주고 실수하고 그런 게 당연하다는 의미예요. ‘옛날엔 엄마가 재깍재깍 반응해 줬는데 이제는 엄마가 안 그러네’ 라는 마음을 느끼면서 아이는 점차 독립을 하게 돼요. 이 과정이 충분히 좋다, 괜찮다 하는 것을 부모님들이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위로해드리고 싶어요.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