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제약사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회장을 만나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의 안전성 등을 문의하며 내년도 접종을 위한 코로나 백신의 추가 구매와 조기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뉴욕 시내의 한 호텔에서 불라 회장과 만나 “내년도 1차 계약에 이어 추가 도입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부스터샷과 접종 연령 확대로 최대한 계약 물량을 조기 공급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불라 회장은 “요청 사항을 유념하고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며 “내년의 경우 여유가 있기 때문에 협약을 빨리 체결하면 조기 공급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내년도 접종을 위한 화이자 백신 3000만회분을 구매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날 접견에서 “고위험군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과 12~17세 청소년, 5~11세 어린이에 대한 접종 문제에 대한 불라 회장의 의견을 물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불라 회장은 부스터샷에 대해선 미국에서도 부스터샷 접종 관련 논란이 있었다는 점과 이스라엘,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화이자 입장에서는 부스터샷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어린이들에 대한 접종에 대해서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5~11세까지는 백신은 1/3만 접종해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가 4분기부터 소아·청소년을 백신 접종 대상으로 확대하는 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로 주목된다.
코로나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현재 18세 이상으로 돼 있는 백신 접종 대상을 이르면 다음달부터 12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접종과 관련한 세부 계획은 교육부와의 추가 논의를 거쳐 이달 안에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이날 직접 ‘부스터샷’과 ‘접종 확대’를 백신의 조기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 명시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이미 청소년층으로 접종 확대를 결정했음을 시사한 말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기존에 논의되던 '12세 이상' 접종에 더해 '5세 이상' 어린이에 대한 접종의 안전성까지 문의하면서 접종 대상을 추가로 확대할 여지도 남겼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백신의 추가 구매 의사를 전달한 뒤, 한국이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한 정책을 소개하며 화이자의 지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불라 회장은 삼성 등 한국 기업과 일을 해봤다는 점을 언급하며, 화이자는 코로나 이외의 백신도 생산하고, 다른 질병에 대한 치료제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협력 강화의 여지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재차 “화이자의 우수한 백신 개발 능력과 한국 생산 역량이 결합한다면, 전세계에 더 많은 백신을 공급하여 개도국까지 접종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네 가지 코로나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한 건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생산능력을 신뢰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불라 회장도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의약품 연구개발과 생산에 있어 화이자와의 협력을 환영하며,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회담을 마쳤다.
이날 불라 화이자 회장과의 접견이 이뤄지면서, 문 대통령은 모더나, 노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큐어백 등 얀센을 제외한 주요 백신 개발사 대표를 모두 면담하게 됐다. 접견에는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이수혁 주미대사, 남영숙 청와대 경제보좌관, 화이자의 존 셀립 수석부사장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