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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상으론 '경기반등론' 맞는데…"K자 양극화가 온다"[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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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에 낸 생채기가 점점 아물고 있다. 한국 경제가 경기 사이클상 바닥을 다지고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 4차 유행 등 불확실성이 많아 정부가 기대하는 V자형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17년 3분기 정점 찍고 경기 ‘내리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17년 3분기 정점 찍고 경기 ‘내리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3월을 경기 저점으로 ‘제11순환기’를 시작한 한국 경제는 2017년 9월 정점에 다다랐다. 통계청은 지난 2019년에 이때부터 경기가 ‘하강국면’(수축기)에 접어들었음을 공식 선언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5월 경기가 다시 저점을 형성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7년 9월 이후 경기가 계속 내리막을 걷다가 지난해 2월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급격히 위축한 뒤, 지난해 5월 바닥을 쳤다는 것이다.

경기 선행·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경기 선행·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근거는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흐름이다. 두 지수는 지난해 5월까지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이후 6월~12월 7개월 연속 동반상승했다. 이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 12개월 동시 상승한 이래 21년 3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통계청은 이들 변동치가 6개월 이상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경기전환점 발생 신호로 판단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통계청의 ‘경기순환시계’도 파란불이 켜졌다. 경기순환시계는 생산ㆍ소비ㆍ투자ㆍ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상승-둔화-하강-회복’ 4개 경기순환 국면 가운데 어디에 와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해 5월 경기순환시계를 보면 하강 지표가 8개, 회복이 2개였다. 하지만 그해 10월 모두 회복 구간에 접어들더니, 올해 7월 기준으로는 8개 지표가 상승, 1개가 둔화, 1개가 하강을 기록했다.

경기순환시계 7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기순환시계 7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2017년 9월부터 32개월간 사상 최장(그 전에는 외환위기 때의 29개월)의 하강 국면을 이어가다가, 2020년 5월 저점을 찍고 경기가 상승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코로나19 충격으로 워낙 감소 폭이 컸던 기저효과에, 재난지원금 같은 재정효과의 덕을 봤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최근 경기회복 기대감이 다시 꺾이는 등 변수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7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6으로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는데, 하반기 경기 흐름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간 위로 향하던 지표 흐름이 앞으로는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강화된 방역 조치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코로나19 확산세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KDI는 지난 7월 경제동향에서 코로나 4차 유행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진단했는데, 8월ㆍ9월에는 이같은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통계청장ㆍ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은 “지금까지 나온 지표를 보면 정부가 말하는 V자 반등은 아니지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고 완만하게 상승하는 모양새”라며 “다만 코로나19 4차 유행이 변수인데, 내수 타격이 심해질 경우 L자형 침체가 오랫동안 지속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 경기 바닥 아니다" 주장도

물론 경기 반등론은 주요 경제지표의 움직임을 토대로 판단해 나오는 얘기다. 자영업자 등 내수 침체와 고용 한파가 계속되는 상황이라 체감경기는 아직 싸늘하다. 오히려 수출 호황과 비대면 서비스 확산에 수혜를 입은 일부 업종이 회복을 견인하면서 업종 간 양극화가 심화하는 ‘K자형 회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K자형 회복은 글자 모양처럼 경기회복이 업종에 따라 우상향과 우하향이 나뉘어 진행되는 현상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서비스업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심각해 소득 수준 자체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수 회복이 아직 요원하다는 점에서 한국의 경제가 바닥을 쳤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통계청은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아직 걷히지 않은 상황이라 경기 저점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류근관 통계청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경기가 개선되는 흐름이 보였지만,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개선세가) 주춤해지는 모양새”라며 “이밖에 원자재 가격 추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등 경기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많아 경기 저점을 판단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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